미국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례기간 직후에 나오게 될 북한의 내년 신년사를 대북정책 방향의 가닥을 잡기 위한 척도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워싱턴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신년사 내용이 공개된 후 대북정책 방향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미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메시지를 내놓았을 뿐 북한체제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김정은 후계' 체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새로운 리더십(new leadership)'이라는 절제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역시 '외교적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과거 김일성 사후 북한에 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을 주시하며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북한 신년사 공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발언을 하느냐를 주시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 등과의 협의를 통해 김 위원장이 없는 북한이 어디로 갈지, 향후 북미협상과 북핵 6자회담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판단과 대북정책 방향을 알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김일성 사후 적극적인 발언에 나섰던 클린턴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 문제는 조급하게 달려든다고 당장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전략을 가다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이 지목하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핵심변수는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북한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진 상황에서 경험이 적은 20대의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고한 위상을 구축할 수 있을지, 또 김정은이 북한 군부의 충성을 얻어낼 수 있을지 여부 등이다.
미 정부 내에서는 ▦김정은 후계체제 조기 안정 ▦후견인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섭정체제 ▦군부 주도 집단지도체제 구축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두고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중국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 사후 그의 아들인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중국군과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놓고 긴밀하게 협조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