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불야성 영업… 난방 펑펑… 상업용 수요 못잡으면 백약이 무효

[겨울 전력대란 막으려면] <br>피크철 소비증가율 42%로 최고… 산업·주택용은 5%·18% 그쳐 <br>절약정책만으로는 효과 제한적<br>전기료 현실화 등 근본처방 필요




여름이나 겨울 등 전기 사용이 특히 많은 전력 피크철에 대형건물이나 상가 등 상업(일반)용 전력소비 증가율이 산업용이나 주택용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력 피크철이면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전력난을 넘기기 위해서는 상업용 전력 과소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그동안 산업이나 주택용에 집중됐던 에너지 절약 정책을 일반용으로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값싼 전기요금에 따른 과소비 형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절약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상업지역에 밀집된 상가가 호객을 위해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약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들어 부문별 월간 전력판매량의 경우 상업용 전력수요가 최저 대비 42%의 증가율을 보여 가장 높았다. 업무용 건물이나 일반 상가 등이 주로 사용하는 상업용 전력판매량은 올 들어 전력소비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 5월에 70억6,500만Kwh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겨울 피크철인 1월에는 100억6,000만Kwh를 기록해 무려 30억kwh나 급증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8월에도 95억kwh까지 치솟아 전력 피크를 압박하는 주범으로 꼽혔다. 반면 산업용은 5월에 206억kwh를 기록했으나 1월에는 217억kwh로 소폭 증가했고 주택용도 같은 기간 49억kwh에서 59억kwh로 18%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피크철에 전력수요가 많아지기는 하지만 상업용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셈이다. 8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전력판매량 가운데 상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4.7%로 산업용(5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같은 결과를 고려할 때 결국 여름이나 겨울철에 냉난방 수요의 급증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주요 요인이 상업용 전력소비라는 결과가 나온다.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을 몰고 왔던 지난 9ㆍ15 순환정전 사태 역시 무더위에 따른 냉방수요의 급증으로 비롯된 바 있다. 특히 현재 피크철의 전력 예비율이 5% 안팎에 불과해 오는 2014년까지 10여기의 발전소가 추가로 완공돼 예비율이 안정권인 14%대까지 올라가기 전까지는 여름과 겨울철에 전력수급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피크철마다 급증하는 상업용 전력수요의 제어가 반복되는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는 키포인트로 꼽힌다. 상업용 전력수요가 피크철에 급증하는 이유는 최근 건물의 고층 및 대형화에 따른 냉난방 수요가 크게 늘었고 상가들 역시 고급화되면서 전기소비가 많은 시설에 따른 과소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건물들의 경우 최근 자체적으로 각종 에너지 절감 시설을 갖추는 곳이 많아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상업용 전력 과소비를 잡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경부는 조만간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과 함께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올 여름부터 전국의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한 '1만가구 에너지절약'운동을 앞으로는 프랜차이즈를 필두로 해 상업용 전력 분야로 확대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현황을 보면 BBQ치킨이 전국에 1,850곳의 매장을 갖고 있고 BHC치킨 950개, 던킨도너츠 840개, 카페베네 커피 670개, 놀부 보쌈 290개 등에 달한다. 특히 이들 프랜차이즈는 손님을 끌기 위해 화려한 조명과 과도한 냉난방 등 높은 전력소비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에너지효율을 높임으로써 전력수요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조만간 프랜차이즈업계와 협의를 거쳐 전기절약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전기는 싸다'라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절약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고층 빌딩들이 늘어나고 대형 상가 등도 고급화되면서 여름과 겨울철 전력수요를 높이고 있다"며 "상업용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절약정책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효과가 그다지 먹혀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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