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미국車 국내 점유율 0.5% 아닌 9.4%"

정부, 생산지 아닌 브랜드별 집계로 통계착시 바로잡기 나서<br>MB 디트로이트 방문 앞두고 "수입역조 시정" 주장에 대응


지난 9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미국 도로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대ㆍ기아차를 운전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도 포드와 크라이슬러ㆍ쉐보레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소망이 이뤄진 것일까. 올해 미국차의 한국시장 판매 점유율(브랜드 기준)이 한국차의 미국시장 점유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는 11일 올해(1~8월) 자동차 판매 현황 자료에서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미국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9.4%(9만8,704대)에 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에서 판매된 차 10대 가운데 1대는 미국차 브랜드를 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ㆍ기아차와 르노삼성, 쌍용 등 한국 브랜드를 단 차는 같은 기간 미국시장 내 판매 점유율이 9.2%(77만2,659대)에 달했다. 양국의 자동차 브랜드로만 놓고 보면 한국차가 미국시장에서 덜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산지 기준으로만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국산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4.2%인 데 반해 미국산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판매통계를 생산지로 잡는 까닭에 GM의 한국법인인 한국GM의 생산분을 수입차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브랜드 기준으로 판매량을 발표해 한국차 비중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판매분의 절반 이상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정부가 생산지와 함께 브랜드별로 수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양국 간 자동차 판매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권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엉터리 통계를 들어 한국의 수입역조를 시정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이날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4일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를 방문할 계획이어서 이번 양국 차량의 브랜드 판매수치는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생산지 기준으로, 미국은 브랜드 기준으로 자동차 판매를 집계해온 탓에 겉으로만 보면 착시현상이 있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정보제공을 위해 생산지 기준뿐 아니라 브랜드별로도 집계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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