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누리꾼 소통의 장 '트위터의 두 얼굴'

특정 인사 성향 다른 종편 출연 이유로<br>사상검증에 욕설 등 마녀사냥 도구 전락<br>"다양한 가치관 부정하는 비민주적 행태"


"시민지성에 반한 허지웅을 나무 십자가에 매달아 공개 화형하자."(아이디 tokyo****)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1만3,686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 영화칼럼니스트 허지웅 씨. 진보 성향의 글쟁이로 잘 알려진 그가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 영화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허씨의 '변절'에 실망한 트위터리안들은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했다. '공개 화형' '생계형 좌빨' 등의 섬뜩한 표현이 난무했다. 이에 허씨는 "영화 프로그램 나가서 영화 소개하는데 사상전향을 하겠나 영혼을 팔겠나"라며 "종편 출연을 위해 정치적 입장을 바꾼다면 절필하겠다"고 '트윗 해명'까지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해야 할 트위터가 '인민재판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종의 사상검증을 통해 특정 인사를 마녀사냥 식으로 매도하는 행태가 최근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허지웅 종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허씨의 종편행 소식이 처음 알려진 후 1~3일간 트위터에 무려 1,140여건의 글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씨를 두둔하는 의견도 늘었지만 그를 비방하는 경우는 막말과 조롱,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1일에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종편에 출연한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씨와 가수 인순이씨를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겨 파문이 일기도 했다. 공씨가 "인순이는 그냥 개념없는 거죠" "연아, 아줌마가 너 참 예뻐했는데… 근데 안녕!"이라고 멘션을 띄우자 한 트위터리안(아이디 sang****)은 "J일보에 소설 연재하지 않으셨나요? 종편 출연한다고 누구 욕할 입장은 아닌 거 같네요"라고 도리어 공씨를 공격했다. 올해 7월 진보 성향의 배우 김여진씨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이 무산되면서 홍역을 치렀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트위터라는 공간에서 정반대의 진영을 통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성경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일부 이용자들에 의해 마녀사냥의 도구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이 촉발시킨 보수와 진보 간의 적개심이 극에 달한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한 가치관을 부정하면서 특정 인물을 인신공격성 비방으로 매도하는 것은 트위터의 순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비민주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현 교수는 "진보적인 문인이나 학자가 보수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거나 칼럼을 기고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느냐"며 "진보 성향의 인사가 진보 매체에만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면 오히려 '끼리끼리 문화'만 양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