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멈칫거리게 할까. 비록 한나라당과 청와대 모두 선거 패배로 추진력은 약화됐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8일 본회의 처리 목표를 고수하고 있어 강행 처리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28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예정대로 추진을 하도록 하겠다"며 거듭 야당을 압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대화를) 깨자고 하면 일방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경고했다. 그는 홍 대표가 28일 강행 처리하자는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그렇게 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행처리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외통위는 이미 28일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외통위 처리가 무산되면 본회의 직권상정을 동원할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달 안으로 국회를 통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정면 돌파해 국면을 단숨에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등에서 보듯 한나라당이 불리한 정국을 강행 처리로 정면 돌파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은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나 남 최고위원은 강행 처리에 그간 난색을 표해왔다. 황 원내대표는 "합의 진도가 상당히 실질적으로 나갔다. 숫자로 말하면 70~80% 정도 타결됐고 나머지 20~30%를 잘 매듭지어야 한다. 대치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지도부의 잇단 발언은 일단 야당을 압박하는 목적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큰 차이로 패하면서 여당으로서는 강행 처리할 추진력이 상당 부분 손실됐다. 이 경우 한미 FTA 비준안 논의는 다음달 초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후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도 협조할 이유가 적어 보인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시민사회의 힘과 통합의 위력을 확인한 민주당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일단 민주당은 이날 종일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에 대한 입장 정리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 반대가 야권에 제1야당의 존재감과 신뢰를 보일 기회라며 강한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발언 수위가 강해졌고 시민사회를 의식하는 게 역력하다. 그는 이날 의총에서 "미국 눈치 보기 FTA, 국민 쓸개 내주는 FTA는 결코 안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듯 야5당, 시민단체와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