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상 최대규모 합병 이뤄지나/미 월드컴,MCI인수 전격 제의

◎BT보다 조건좋아 MCI 긍정적/“상호 약점보완” 이해도 일치/성사땐 동경­삼릉은 338억불 능가미국 4위 장거리통신업체인 월드컴사가 2위인 MCI커뮤니케이션스사를 3백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함에 따라 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이 과연 성사될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최대규모는 지난 96년 3월 동경은행이 미쓰비시(삼릉)은행을 3백38억달러에 인수한 게 기록이었다. 월드컴의 인수제의가 성공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MCI의 주주들과 합의를 거치지도 않은 데다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컴(BT)과 MCI간의 합병이 한창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합병방식이 현금상환이 아닌 주식교환 방식이어서 우량기업인 MCI의 주주들로선 아무리 값을 잘 받는다고 해도 순순히 합병에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의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제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월드컴이 제시한 가격이 워낙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월드컴은 주당 41달러50센트, 현시가보다 41%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브리티시텔레컴의 제시가격 주당 34달러15센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고 전체 금액으론 90억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MCI의 주주로선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제안인 셈이다. 물론 브리티시텔레컴도 인수가격을 높일 수도 있지만 MCI의 지역전화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고있는 점을 들어 지난8월 인수가격을 20%나 낮추었던 BT가 가격을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통신시장의 판도를 보더라도 월드컴과 MCI의 결합이 어울린다는 평이다. 장거리전화시장에서 랭킹 4위이지만 3위인 스프린트에 비해 매출액이 3분의 1 수준인 월드컴으로선 MCI인수로 단숨에 미국내 2위의 전화업체로 부상, 최강자인 AT&T에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몸집을 갖추게 된다. 특히 최근 PC통신업체인 「컴퓨서브」를 부분인수한 바 있는 월드컴으로선 인터넷사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MCI로서도 사실 BT보다는 월드컴이 더 나은 파트너다. 월드컴이 장거리전화시장에선 취약하지만 MCI가 최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지역전화시장에선 월드컴이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MCI로선 월드컴과 손을 잡고 합병할 경우 약점인 지역전화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서로 약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MCI와 월드컴이 합병할 경우 오는 99년엔 25억달러의 원가절감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버나드 에버스 월드컴 최고경영자는 『BT와 MCI는 대단한 회사들이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 『월드컴과 MCI가 합치면 원가를 대폭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MCI를 놓고 BT가 월드컴과 출혈적인 인수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세 회사간의 전략적제휴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른바 3자협상이다. BT로선 어차피 국제전화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는게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MCI와 월드컴이 합병하고 난 다음에 합병협상을 다시 벌이거나 업무제휴를 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에는 이번 인수합병제의를 계기로 초대형 M&A의 열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규제완화로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한 통신산업과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합병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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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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