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산업으론 환경 변화대응 역부족”/기업체질 「다품종 소량체제」로 전환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기존 대규모 장치산업보다는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술 및 지식집약형 기업의 창업을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른바 「새싹론」을 밝히면서 벤처기업의 창업활성화 대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도 취임 후 첫 업계 방문대상으로 벤처기업인 (주)건인을 선정, 지난 27일 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밝혔다.
강경식 경제팀은 또 31일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주요 안건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벤처기업에 집착하는 것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현 경제난을 불러왔고 따라서 벤처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산업체질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시켜야만 경제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 대규모 장치산업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국내외 경제여건 변동에 뾰족한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벤처기업의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여건 변동에도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대규모 장치산업의 고용유발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 기술, 지식집약형 벤처기업은 고용효과가 높아 벤처기업의 육성이 고용대책으로서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도 벤처기업에는 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벤처기업 육성의지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기술, 지식집약형 기업이기 때문에 고물류, 고지가때문에 애먹는 경우가 거의 없고 기술개발(R&D) 인력들의 임금은 아직까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게 벤처기업인들의 설명이다.
벤처기업은 경기불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1년부터 95년까지 고속성장한 1백대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연평균 86.2%에 달했다. 또 평균수익은 같은 기간중 1백79만6천달러에서 4천7백14만4천달러로 급증했고 종업원수도 평균 31명에서 2백6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미국경제가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의 집중 육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벤처기업 육성을 게을리하고 기존 대규모 장치산업에만 매달렸던 일본경제가 수년째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는게 정부 시각이다.
국내의 1천5백개 벤처기업들도 지난해 불황에도 불구,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17.1%,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률도 15%로 일반기업의 5배수준에 달했다.
정부는 앞으로 벤처기업에 대해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임창렬 통산부장관은 벤처기업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스핀오프, 에인절 캐피털 등의 제도를 도입해 기술 및 자금 제공을 원활하게 만들며 벤처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또 외국자금의 창업투자조합 출자를 인정해 창업지원자금을 확충하고 신기술금융회사, 창업투자회사 등 창업지원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강경식 경제팀은 벤처기업 지원을 한국경제의 활로로 선택한 셈이다.<이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