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공포가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은행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악성부채가 부실자산을 증가시키고 경제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2010년 17조위안에서 지난해 29조위안(5,250조원)으로 67%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56%에 이른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증권사ㆍ카드사ㆍ할부금융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머니마켓펀드(MMF)ㆍ신용파생상품,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비은행 금융상품을 말한다. 은행예금보다 자금중개 경로가 복잡하고 손실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그림자란 수식어가 붙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표면화되면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008년 9월22일자에서 처음 쓰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호황으로 신용도가 떨어지지만 집을 사려는 대출수요가 몰리자 채권을 발행해 묻지마 대출을 해줬다. 하지만 정부가 금리를 올리자 대출자와 금융기관들은 줄줄이 파산했고 자금난에 빠진 대형투자은행들까지 보유자산을 팔아 치우며 글로벌위기로 번졌다.
△중국의 그림자금융도 부채위기, 실물경제 악화와 맞물리면서 폭발성을 키우고 있다. 금융기관과 대형 국유기업들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돈은 넘쳐나는데 당국의 예대율 규제와 경기 둔화로 이익이 줄자 그림자금융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중소 은행들과 규제를 덜 받는 투자신탁ㆍ보험ㆍ임대회사나 비공식적 대출기관 등은 연리 12~15% 안팎의 신탁상품으로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를 끌어들여 부동산ㆍ중소기업 등 돈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대출해왔다.
△국유기업들도 6%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려 신탁상품에 투자하는 이자놀이로 재미를 봤다. 부동산 등 위험도가 높은 분야로 흘러간 돈은 거품을 만들어냈다. 향후 금융시스템 전체의 혼란을 낳을 가능성도 높다. 당국이 거품을 빼려고 단기자금을 조이자 금리가 급등하고 신용경색 사태가 빚어졌다.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중국판 그림자금융발 신용위기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임웅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