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에 각별한 애정… 팔려는 대기업 있으면 전화해 달라"

[투자귀재 버핏 방한]<br>日 대지진·리비아 사태 등 악재 많은 지금이 투자 적기<br>日 주식 보유했다면 안팔아


21일 한국을 찾은 워런 버핏(오른쪽 두번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대구텍 직원들로부터 선물받은 한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대구=이호재기자

"기업의 10년을 바라보고 위기를 매수 기회로 삼아 투자하라" "업종을 보지 말고 기업에 투자하라." 21일 대구를 찾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특유의 투자철학을 제시하며 한국시장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특히 일본 대지진과 중동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확고한 입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버핏은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린 이날 회견에서 '가치주에 대한 장기투자'로 요약되는 자신만의 오랜 투자철학을 설파했다. 그가 제시한 5대 투자철학은 한결같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원칙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버핏은 우선 한국에 투자할 만한 유망업종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나는 업종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특정 업종에만 매달리다가 자칫 비유망산업에 묻혀 있는 수많은 우량주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그가 투자한 업체들은 철도회사나 식음료ㆍ생활용품업체 등 첨단 유망업종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난 4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그는 또 "투자를 할 때 항상 기업의 10년 뒤를 그려본다"고 귀띔했다. 그가 항상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기업에만 주목하는 이유를 알 만한 대목이다. 버핏은 코카콜라와 애플의 사례를 통해 이 같은 투자원칙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10년 뒤의 상황을 예견할 수 있지만 애플의 10년 후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첫 방한 당시에도 "구글과 같은 기술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전자산업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등에 대해 투자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버핏의 이 같은 가치투자 성향은 대기업 선호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유망 대기업의 성격에 대해 "꾸준한 실적을 이어오면서도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예상할 수 있는 기업은 일정 규모를 필수적으로 갖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심 있는 투자대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클수록 좋다"며 "혹시 대기업이면서 매각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 전화를 달라"고 농담까지 건넬 정도였다. 버핏의 투자철학은 무엇보다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에 든든한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는 최근 일어난 일본의 대지진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인 셈이다. 버핏은 그 이유로 "지진이 큰 타격인 점은 분명하지만 일본인이 지닌 삶에 대한 의지와 에너지, 지니고 있는 자원은 3주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며 "일본 주식을 지니고 있다면 지진을 이유로 팔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2001년 미국 9ㆍ11 테러 당시에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잃지 않았다"면서 "1998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역시 모두 극복 가능한 위기였다"고 강조했다. 한 걸음 나아가 "오히려 위기가 저가 매수의 좋은 기회"라는 게 그 나름의 판단이다. 월가에서 가장 대표적 낙관론자로 널리 알려진 그의 명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국 경기가 한창 쇠퇴기로 접어들던 2009년 하반기, 버핏은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미국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 주식에 260억달러를 투자하며 평소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당시 투자를 놓고 주변에서 무모한 투자라며 도박이라고 얘기하자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과감하게 선언했다. 벌링턴노던산타페 주식은 지난해 그에게 25억달러의 순이익을 안겨줬다. 버핏은 마지막으로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는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준비물은 바로 '현금'이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 패턴을 실행하기 위해 늘 일정량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버크셔해서웨이는 약 38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여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현금으로 보유하겠다는 게 버핏 회장의 의지다. 그는 "전체 자금 중 약 200억달러는 현금으로 보유할 것"이라며 "나머지 투자자금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어느 기업이든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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