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FTA 야전사령관 김종훈 "이제 좀 쉬어야지…"

경총 조찬세미나 끝난 뒤 7년간 통상정책 피로감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털어놔<br>한·미FTA 질문에 "누가와도 하지 않겠나" 사퇴 미련 못 버린듯


"이제 나 좀 내보내달라" "이제 나 좀 내보내달라. 좀 쉬어야지." 김종훈(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에게 웃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털어놓은 말이다. 김 본부장이 최근 들어 장기간 통상정책을 총괄해온 데 극도의 피로감을 나타내면서 사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ㆍ유럽연합(EU) FTA 등을 총괄해온 명실상부한 FTA 야전사령관이다. 지난 2006년 시작된 한미 FTA 협상에서 수석대표로 연을 맺은 김 본부장은 2007년 협정 서명, 지난해 타결된 추가협상까지 한미 FTA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지만 EUㆍ미국 등과의 FTA를 매듭지어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7년간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재재협상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피로도는 나날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가 사퇴할 경우 야당의 반대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한미 FTA 비준도 동력을 더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도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늘 말로는 그만둬야지 이야기하지만 최근 사직서를 낸 적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미 FTA 마무리까지는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누가 와도 하지 않겠나"라며 사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했다. 그는 이날 조찬세미나에서도 "얼마 전 사무실을 정리하다 임명장을 발견했다. 2007년 8월9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받았는데 이제 4년이 훌쩍 넘었다"며 "한미 FTA도 4년째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아니라 개인적인 거취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뜻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올해 말까지는 통상교섭본부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 본부장은 오는 2013년 물러나는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임자로도 떠오르고 있어 개인적으로 사임을 늦추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본부장은 비준동의안 처리 시기에 대해 "올해 말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재협상해야 한다고 내세운 10개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비준 절차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재재협상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10+2'안대로 하면 2년에 타결이 되겠는가. 한 10년 걸릴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최근 5년간 2.5% 안팎에서 머무르고 있는데 다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며 "9월 초 개회되는 미국 의회에 FTA 이행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인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기에 한국에서도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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