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엄마를 부탁해' 美서 열풍 불고 있지만… 갈 길 먼 한국문학 수출

10년전 지원 정책에 번역가 처우도 열악, 아직은 걸음마 단계<br>"체계적 시스템 갖춰 작품 선정서 계약까지 전략적인 접근 절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한국 문학의 해외 수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자리한 반스&노블 서점의 관계자가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번역료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는데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일을 하는 건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국내 대표 작가의 소설 여러 권을 번역한 전문번역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정 번역가로 선정된 그는 한 작품을 번역하면 3,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업계 최고 대우다. 하지만 두 명 이상 팀을 이뤄 작업하면 그 지원금을 나눠야 하고 번역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전업 번역가로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희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한국 문학의 해외 수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출판 번역 수출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고 해외에선 아직도 한국 문학의 존재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을 또 다른 '한류'로 키우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처우는 열악, 책임은 무거운 문학 번역=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공지영의 '도가니', 황석영의 '심청', 박범신의 '촐라체' 등이 번역은 완료됐지만 아직 출간할 해외 출판사를 찾지 못해 대기 중이다.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해외 출판사와 연결해 줄 에이전트가 없다 보니 번역가가 출판사 섭외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번역을 마쳐도 출간이 안되니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번역가의 처우도 열악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정 번역가로 선정되면 작품당 3,000만원의 번역료를 받지만 현재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활동중인 번역가는 10여명에 그친다. 대산문화재단의 한국 문학 번역지원금은 1,500만원이며 일반 업계에서는 더 낮은 번역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역료가 낮으니 번역의 질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김지영 씨의 어머니이자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등을 번역한 전문번역가 유영난 씨는 "번역 작품의 심사기준을 강화해서 번역 수준을 가늠할 공정한 제도를 도입해야 번역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정책은 10년 전 그대로='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진출에 성공한 비결은 대중적인 작품의 선정, 홍보능력이 있는 대형 출판사와의 계약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에서 환영받는 작품과 국내에서 알리고 싶은 작품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학 수출도 현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선정과 작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출판사와의 계약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 문학작품을 출판하는 해외 출판사에 5,000달러의 '출판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나마 10년 전에 만들어진 규모다. 대형 출판사에겐 구미가 당기지 않는 액수이고 소형 출판사는 지원금만 노리고 소규모로 졸속 출판할 가능성이 높다. 유영난 번역가는 "이왕 지원할 거라면 좋은 작품을 잘 선별해서 실비를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한 권이라도 제대로 나오도록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수출을 성공시킨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도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때는 지났다"며 "좋은 역자들을 많이 발굴해 질을 높인 다음 해외 시장에서 상업적으로도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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