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日本 대지진] 엔캐리 국내서도 청산하나

일본계 자금 규모 크지 않고 지진 이후 현재까지는 유출 없어<br>일본 내 자금수요 커지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어 주목해야

17일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환율과 주가가 출렁거리자 외환은행 직원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2가 본점 딜링룸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동호기자


일본 대지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일본계 자금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이탈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최근 국내에 있는 일본계 증권사 지점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서 금융당국과 업계는 엔캐리자금 청산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소폭 순매수한 가운데서도 일본계 증권사에서는 227억원이 순매도됐다. 이 가운데 노무라증권 창구를 통해 156억원, 다이와증권에서 71억원의 매도 물량이 나왔다. 일본계 자금은 지난 11일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국내 증시에서 하루 100억~200억원 규모를 내다 팔고 있다. 일본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순매도 금액이 100% 일본계 자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자국 자금의 주식매매 비중이 비교적 높은 외국계 증권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동요하고 있음을 추산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자금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탈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채권이나 주식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17일에는 소폭이나마 일본계 자금의 순매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진 복구 등으로 일본 내 자금수요가 증가하면 해외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던 일본계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주식ㆍ채권 시장에 투자했던 일본계 자금도 청산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규모는 7조3,1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식은 6조6,078억원이고 채권 투자금액은 7,082억원 수준이다. 국내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 중 일본계 자금 비중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각각 1.8%, 1%다. 규모로만 놓고 보면 일본계 자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중동 정정 불안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최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간의 자금 이탈로도 시장에는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해외 투자자금의 청산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증권사 도쿄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일본 내 자금 수요가 늘고 있어 보험사 등 기관이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며 “엔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엔화강세)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엔화 강세 탓도 있지만 최근 엔ㆍ원 환율이 100엔 당 1,432원 대로 올라선 것도 일본계 자금 청산에 따른 엔화 수요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엔고 추세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진에 따른 피해규모와 복구비용 등이 고베 지진 당시보다 더 많은 엔화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화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필수소비재, 자동차, 에너지화학 등이 엔화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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