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혼란스러운 자산가들 "포트폴리오 조정해달라"

■ 출구전략 공포… 은행 PB센터 가보니<br>채권가격 하락 우려에 대거 환매 나서고 주식비중 확대 기회 삼아<br>일부 "지켜보겠다" 신중론<br>본인 여건·목표에 맞춰 자산비율 적절하게 조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 나온 바로 이튿날이었던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씨티은행의 PB센터는 하루 종일 밀려드는 상담고객과 문의전화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후4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시간이 없어 점심조차 먹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분주했다.

통상 '금요일에는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것이 시장의 불문율. 한국시장이 금요일 오후에 장을 마감한 후에도 한국보다 시차가 느린 유럽과 미국 시장이 순차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금요일에는 상품 거래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버냉키 쇼크' 여파로 21일 하루 동안에만 이곳 PB센터에서 처리한 거래 건수가 20건을 훌쩍 넘었다. 이지혜 씨티은행 여의도지점장은 "평소 금요일보다 고객 상담이나 문의전화가 10배나 많았다"며 "'버냉키 쇼크'로 PB고객들이 포트폴리오 재점검을 요청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은 다른 PB센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버냉키 쇼크로 전세계 채권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채권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조차 당분간은 "채권투자만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20일과 21일 양일에 거쳐 대거 채권 환매에 나서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시중은행 PB센터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채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고금리를 거둘 수 있는 투자처로 인식돼왔는데 (버냉키 발언을 전후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며 "(채권 금리의 급등을 우려해) 20일과 21일 양일 동안 우리 센터에서만 고객들이 약 200억원가량의 채권을 환매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권 금리 급등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버냉키 쇼크로 국내 주식시장은 20일과 21일 이틀간 코스피지수가 65포인트나 빠지며 패닉에 빠진 모습. 하지만 현금으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PB고객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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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우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팀장은 "현금으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은 20일과 21일에 여유자금 중 각각 20%씩 대략 40%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며 "당장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이 없는 고객은 채권을 환매한 후 주식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일부 국내 자산가들이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아직까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성수 농협은행 강북PB센터 PB팀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여전히 일본 아베노믹스에 따른 위험 요소가 있고 중국의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대외적인 변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쇼크 이후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는 자산가들 중 일부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적정하게 조율하며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점장은 "오전에 증권사PB센터를 방문해 주식 상품에 10억원 정도를 투자했던 고객이 오후에 은행PB센터를 찾아 5억원가량은 원금을 보장해주는 ELD 상품에 투자했다"며 "일반 고객들의 경우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본인의 여건과 목표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라"고 조언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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