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오세훈 시장 소통 나서라


고대 로마 황제들은 아프리카ㆍ갈리아ㆍ중동ㆍ이베리안반도 등 주변 국가와 전쟁이 있을 때 직접 참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사륜마차를 타고 개선문을 통해 로마로 입성한다. 개선문을 지나가는 황제의 사륜마차에는 반드시 노비가 동승한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황제가 개선문을 통과할 때 이 노비는 사륜마차에서 일어나 황제에게 이렇게 외친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황제는 세상을 몽땅 가진 것처럼 우쭐해 있고 황제를 보필하는 보좌관과 시중들까지 한껏 들떠있지만 노비는 황제가 일반 시민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준다. '아무리 당신이 높은 위치에 있고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교만해지거나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허리를 굽히고 낮은 자세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라'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번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또 불참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동안 시의회 출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시의회와의 소통과 대화를 아예 거부한 상태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시의회 민주당 측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처리한 것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때부터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문제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무상급식 이슈를 구실삼아 산적한 현안까지 제쳐놓아서는 안 된다. 무상급식뿐 아니라 일자리창출을 비롯해 투자유치ㆍ창업ㆍ전세난 등 지지부진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이슈에만 함몰돼 현안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시의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서울 시민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처사에 다름없다. 오 시장은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을 되새겨야 한다. 시의회를 회피할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시의회 아니 시민들과 대화해야 한다. 지금 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을 가르치는 노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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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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