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온나라 창업열기로 덮게하자”/「경제를 살리자」 대토론회

◎시장기능 활성화 구조조정 가속화/경제정책 유야무야 안되게 반드시 실천/신기술개발로 비교우위 확보 절실/사공대­「기업경영 세계 최적국」 목표 추진/조동성­기술입국 확립 제품차별화 필요/안병우­정부 씀씀이 축소 긴축재정 운용/김효성­복잡한 임금체계정비 서둘러야/이한구­산업선도기업·타업체 교류증진/김진동­잘못된 관행·제도개혁 일관 추진◇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우리가 경쟁상대로 꼭 배워야 할 나라는 미국이다.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과학기술면에서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과학과 기술로 미국기업들은 신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완전경쟁 상태에서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조성돼 있다. 미정부는 70년대에 큰 정부 지향 등 잘못된 거시경제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거시경제정책을 바로잡음으로써 경제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업지배구조에서 일어났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경영자들은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완벽한 자유를 만끽했다. 그 결과 기업은 투자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경영자의 개인적 욕구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자본시장과 소액주주들은 이러한 기업경영의 문제점을 깨닫고 경영자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했다.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경영자에 대한 보상도 정액연봉보다 주식옵션에 비중을 둬 경영자들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노력했다. 그 결과 경영자들은 기업의 생산성 증대에 힘썼다. 품질을 개선하고 불량률을 줄이는 전사적 품질경영을 시도했다. 또 효율성이 낮은 근로자를 해고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다운사이징 등이 도입됐다. 이같은 과정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은 창업을 했다. 한 기업으로부터 수십, 수백개의 신규기업이 생겨났다. 치열한 다운사이징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대로 실업자를 양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업률을 낮추고 미국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활성화시킨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경제 역시 과학과 기술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정부를 작게 해야 한다. 또 경영자 개인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모든 주주를 위한 기업, 생산성을 갖춘 기업을 만들고 인력시장에 유연성을 확립해 창업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는 신나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병우 재정경제원 1차관보=우리경제는 지금까지 세계적 조류에 대응하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으며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취약요인이 심화됐다. 이러한 구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21세기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경제의 틀」을 짜기 위해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남미·뉴질랜드등이 추진한 경제난 극복사례는 공통적으로 시장기능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비교적 광범위하고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한 나라들의 경제개혁 성공도가 높았던 반면 개혁 부작용을 우려해 너무 점진적으로 추진한 나라들은 개혁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우리정부는 이런 외국의 국난극복사례를 참고로 앞으로 경제정책기조를 거시경제안정과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고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최근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금융시장·물가·고용불안 등 각종 불안요인들을 조속히 해소하는데 앞장설 방침이다. 특히 경상수지적자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과도한 씀씀이를 정부부터 솔선하여 줄여나가는 등 긴축재정운용을 꾀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우리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진정한 시장경제로의 구조조정작업을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 창업활성화 및 구조조정촉진, 지방중심의 경제발전, 금융개혁, 규제개혁, 구조전환을 위한 행동계획 등도 마련해 경제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대한상의 김효성 상근부회장=우리는 지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어렵다고 인식하면서도 극복하려는 의지는 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노동시장의 개혁과 관련해서는 노동시장의 탄력성유지도 중요하지만 복잡한 임금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급여성경비를 합한 임금수준은 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에 와 있는만큼 임금체계의 단순화가 바람직하다. 특히 노동시장의 안정에는 물가안정과 사교육비부담의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조직의 효율성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우리경제가 정치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돈 안드는 선거, 국회의 원만한 운영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토지공급의 확대를 통한 부동산가격안정 또한 필요하다. 경제계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의 주체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다각적인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5단체는 간접비용줄이기운동에 나서고 있는데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수용계획」을 수립, 추진함과 아울러 연간 제조비용을 1%씩 줄이기 운동을 추진하여 2000년까지 약 40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또 기업재무구조 개편을 통해 2000년까지 금융비용을 약 27조원 절감하고 기술개발·특허공유·공동생산 등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위한 「전략적 제휴 중개센터」를 운영하는 등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국제경쟁력강화는 기업전략의 개선과 국가경영환경 개혁의 효과적 조합에서 찾아야 한다. 제반여건에서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정부부문에만 매달릴것이 아니라 기업계에서 스스로 엄청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생산요소의 이용정도, 국내에서의 관련산업 효율화나 상호연계정도, 지원산업의 형성속도는 대부분 기업계의 활동에 달려있고 국내 뿐 아니라 자유스러워진 국제무역과 투자체계 속에서 과거보다 훨씬 쉽게 모든 걸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역할로서 제일 먼저 손꼽을 것은 「비전있는 기업경영자에 의한 혁신압력」창출이다. 가장 까다로운 구매자와 고도의 유통채널에 기업종사자들을 몰아넣고, 세계일류의 원료, 부품공급자를 선택해야 한다. 둘째 산업변화를 남보다 먼저 인식할 수 있도록 전문가집단들이나 관련산업에서의 선도기업과 교류하면서 안전성 및 환경분야에서 가장 규제가 많은 지역에서 살아남겠다는 자세가 요청된다. 셋째 비교우위의 원천은 「고도의 인적자본과 내부적 기술능력」에서 찾고 비용중심전략보다는 「제품차별환전략」이 핵심이다. 넷째 다방면의 글로벌전략(총체적 현지화, 기업인수, 본고장 진출, 동반진출 등)은 기본이지만 국내에서 고도화를 못하면 큰 위험에 빠진다. 마지막으로 특히 대기업의 경우 국내외 사회로부터의 높아지는 기대에 호응하지 못하면 변혁과 이동의 시대에 필연적으로 도래하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김진동 서울경제신문 주필=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난을 극복하고 도약하고 있는 나라의 현장과 그들의 경험에서 공통된 특징은 개혁과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의 관행과 제도에서 과감히 탈피해 개혁과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한 나라는 위기극복에 성공하고 있다. 그들의 개혁은 여러 분야에 걸쳐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은 정부혁신, 노동개혁, 금융개혁일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취약하고 경제발전 선진화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요즘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임금, 지가, 금리가 안정 내지는 하락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그러나 경쟁력강화 요인의 개선효과가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개혁은 개혁대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실적으로 운용가능한 정책을 통한 「경제살리기」를 촉진해야 할 때다. 위기극복에 성공한 나라들의 성공사례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것을 배우고 우리의 환경에 맞춰 실천하자는데 있다. 사실 알 만한 것은 거의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실천력과 추진력이 문제다. 과거에도 구호가 요란스러웠고 출발도 그럴듯했다. 그러나 일관되게 밀고 가는 실천력이 없어 끝은 유야무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서 「논어」에 있는 경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최상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차상이며 어렵게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 다음이고 고생하면서도 배우지 못한 사람이 꼴찌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어렵게 고생해서 배우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등이다」라고…. 바로 우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희망은 있다. 할 수도 있다. 정부,기업,근로자가 합심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세계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지금, 우리는 일부 국가를 경쟁상대로 삼기보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나라를 경쟁국으로 삼아 여러 면에서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스스로 생산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민간부문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세계 최고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들기를 목표로 삼는다면 향후 정부 정책방향은 명백해질 것이다. 기업이 해야할 일은 정보화다.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PC가 얼마나 보급이 됐는지, 얼마나 네트워크가 형성이 됐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기업들은 말로만 경영혁신을 주장하기보다 이 부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 구체적인 정보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도 할 일이 있다. 각자의 구태의연한 의식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 환율변동이나 경기사이클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일고 있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안은 상태에서 이러한 일시적 사항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보다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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