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태수씨 자금유용 1조선/한보철강 차입금 5조의 20% 육박

◎「커넥션」 유지·러 유전개발 등에 사용/위장계열사 세양선박 통한 비자금 조성만 최소 1∼2천억/유원건설 등 18개 기업 무차별 인수도한보철강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현재까지 집계된 것만도 4조9천5백억원. 집계에 빠져있는 대출이나 사채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1조원이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게 금융계나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생리를 아는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자금이 전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공사비로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이 금융기관 대출금의 50%정도를 운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운전자금의 상당부분이 다른 용도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산업 등 장치산업의 경우 통상 공장 건설단계에서는 총 투자비의 70%이상이 시설자금으로 사용된다는게 금융계 및 업계의 통설이고 보면 통상적인 운전자금은 총대출금의 30%선이다.따라서 총차입금의 20%선인 1조원내외가 한보철강건설이나 운영과는 다른 목적이나 용도로 전용되거나 유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또 유용이나 전용의 방향으로는 러시아유전개발사업, 무차별적인 기업인수, 「커넥션」 유지비 등이 큰 덩어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태수 총회장이 부도나기 직전인 작년 말부터 올초에 걸쳐 급하게 위장계열사 등을 동원해 이곳저곳에서 끌어들인 자금의 용처가 불분명한데다 한보철강의 비자금 조성혐의가 포착되고 있어 금융기관 차입금중 상당부분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새버렸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계는 이같은 추론의 근거로 여러 가정을 제시한다.한보철강의 공식적인 차입금 약 5조원중 절반가량인 2조4천억원이 운전자금으로 사용되었는데 이중 적어도 15%내외인 3천5백억원정도가 공장 건설과 관계없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보철강 관계자들은 연간 3백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실무선에서 조성된 비자금만 해도 지난 89년이후 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대출과정에서 떼어지는 비자금이 통상 10%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입금부분에서 조성된 비자금만도 6천억∼7천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정태수씨가 부도직전인 지난해말부터 올초에 걸쳐 위장계열사인 세양선박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도 최소한 1천억∼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씨의 처남 이도상씨가 인수한 세양선박은 계열사인 대동조선에 5천1백억원의 채무보증을 서줬다. 채무보증중에는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 환급보증등 영업에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일반대출이나 신탁대출 등 용도가 의문스러운 대출에 대해 보증한 것도 적지않다. 정씨가 막판에 세양선박의 보증을 통해 대동조선이 대출을 받도록 하고 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또 세양선박이 대동조선에 빌려준 돈도 2백17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대동조선이 갚았다는 1백77억원의 자금이 세양선박에는 입금되지 않았다. 세양선박과 대동조선을 오가는 복잡한 자금거래를 거쳐 정씨가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정씨의 자금 유용의혹은 지난해 8월 시베리아 가스전개발을 위해 러시아의 루시아석유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정씨는 루시아석유회사 지분 인수를 위해 2천5백만달러(약 2백50억원)라는 거금을 간단하게 현금으로 동원했다. 그 무렵 이미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는 한보경계령이 내려 사채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았을 상황인데도 정씨는 순식간에 현금 2백50억원을 마련, 금융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정씨는 또 지난 95년부터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유원건설(현 한보건설), 상아제약등 18개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고 언론문화재단과 연구소설립 등 상식밖의 일을 저질렀다. 이같은 정황을 볼때 정씨는 한보철강 공사비명목으로 이곳저곳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무분별한 기업확장에 나서는 한편 이중 상당부분을 정태수커넥션 유지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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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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