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휘봉 잡은 첼리스트·철학자… 클래식계가 더 풍성해진다

11월 내한 타악신동 사이먼 래틀<br>장한나·곽승·서희태·구자범 등<br>다양한 출신의 지휘자 등장 늘어<br>새롭게 분석한 공연으로 주목

사이먼 래틀

장한나

구자범

"첼로는 바이올린과 달리 레퍼토리가 적어요. 바흐와 베토벤, 하이든 등 50여 곡이 주요 레퍼토리의 전부죠. 평생을 50개 곡에 한정하기엔 제 삶이 너무 긴 것 같아요"(첼리스트 장한나) 천재 첼리스트로 불리던 장한나는 첼로가 아닌 지휘봉을 들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회'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을 3년째 진행 중이다. 장한나의 경우처럼 사람의 마음을 연주하는 '지휘자'들의 이력이 다양해지고 있다. 타악기ㆍ트럼펫 등 악기를 연주하다 지휘자로 전향한 사례뿐 아니라 철학ㆍ의학 등 다른 학문을 공부하다 지휘자로 변신한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여성 지휘자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색 지휘자들은 다양한 관점으로 기존의 곡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주자 출신 지휘자로 가장 많은 분야는 피아니스트다. 최근 방한했던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는 정명훈 예술감독은 모두 피아니스트 출신. 피아노가 여러 성부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 다른 악기들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세계적인 지휘자로 오는 11월 15일 방한하는 사이먼 래틀은 원래 타악기 연주자였다. 15살에 로열 리버풀 관현악단의 타악기 주자가 돼'타악 신동'이란 얘기를 들었다. 타악기 연주자였던 만큼 리듬감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 시향을 이끌고 있는 곽승 상임지휘자는 트럼펫 연주자 출신이고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지휘자 서희태는 성악가, 한국인 최초로 차이코프스키홀에 선 소피아 필하모닉의 종신 객원 지휘자 이영칠은 호른 연주자였다. 아예 다른 분야에서 지휘자가 된 사례도 있다. 2001년 사망한 이탈리아 주세페 시노폴리는 의학과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지휘자로 작곡가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국내 대표 사례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장인 구자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만하임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지휘를 공부했고, 지난 7월에는 철학자 니체의 동명 서사시를 음악으로 옮긴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타는 이렇게 말했다'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해 공연하기도 했다. 여성 지휘자도 늘고 있다. 국내 첫 여성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김경희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인 성시연 서울시향 부지휘자, 여자경 프라임 필하모닉 전임 지휘자 등이 그 주인공. 여성 연주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클래식 음악계에 여성 지휘자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음악계의 전망이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음악가들에게 있어 최고의 권력자는 지휘자이기에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음악의 도전 영역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양한 분야 출신의 지휘자 등장은 클래식계를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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