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롱퍼터의 퇴출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 300야드를 훌쩍 넘는 드라이버 샷이나 1m도 채 안되는 짧은 퍼팅 역시 똑같은 1타다. 퍼팅 실수 하나로 몇억원씩 상금이 달라지는 게 프로 골퍼의 세계니 퍼터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유별날 수밖에.

△반칙 논란에 휩쓸렸던 롱 퍼터가 결국 프로 세계에서 퇴장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 프로골프대회를 주관하는 PGA투어는 2016년 공식 대회부터 퍼터를 몸에 대고 스윙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롱 퍼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퍼터 그립 끝을 신체에 대는 행위인 앵커링(anchoring)을 금지하면 아무리 긴 퍼터를 들고 나와도 무용지물이다.


△롱 퍼터 논란은 2011~2012년 메이저 대회에서 신무기의 위력이 발휘되면서 불붙었다. 2011년 키건 브래들리가 PGA 챔피언십 우승컵을 차지한 것을 필두로 2012년엔 웹 심슨과 어니 엘스가 각각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했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도 애덤 스콧이 롱 퍼터로 그린 재킷을 걸쳤다. 비메이저 대회 우승 때까지는 그런대로 참았던 프로선수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퍼터는 휘둘러야지 몸에 붙여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사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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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퍼터는 클럽 길이가 40인치(101.6㎝) 이상으로 33~35인치인 일반 퍼터보다 길다. 배꼽에 붙는다고 해서 벨리 퍼터(40~42인치)고 빗자루 같다고 해서 브룸스틱 퍼터(46~50인치)란다. 롱 퍼터 사용이 과연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칠까. 과학적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두 손 외에 몸통까지 3개의 신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개선된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대신 거리감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세도 엉성해 보기에 좋지 않음은 물론이다. 남자프로와 달리 여자프로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다.

△장칠기삼(裝七技三)이라고 했던가. 골프 실력은 기술(30%)보다는 장비(70%)에 비례한다는 우스개다. 퍼터가 길든 말든 홀에만 쑥쑥 잘 넣으면 그만 아닌가. 물론 아마추어 골퍼의 얘기다. 프로 세계에서 장비가 기술을 앞서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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