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유가 폭등] 제3의 '석유파동' 오나

이라크는 국제연합(UN)이 지난 20일로 끝난 인도적 물품 구매를 위한 「석유-수출 연계 프로그램」을 2주 연장하겠다고 결정하자 이에 반발, 하루 23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하루만에 3% 가까이 오르는 폭등세를 나타내며 배럴당 3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최근의 유가 급등세를 틈타 이번 기회에 지난 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계속돼온 경제재재조치를 완전히 해제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수출중단 위협을 무기로 10년간의 장기숙원을 해결하겠다는 것. 여기에다 이란마저 석유감산 정책에 적극성을 보여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 유가 추이= 국제원유가는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하루평균 210만배럴의 원유생산 감축을 합의하면서 계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1년새 2배 이상 오른 유가는 22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27달러선을 넘어섰다. 특히 OPEC 산하 주요국가들의 감산연장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서만 23%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상승불길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ABN암로은행의 에너지담당 부사장인 나우만 바라카트는 『이라크가 계속 석유수출을 중단한다면 조만간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석유수급=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석유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량이 달리면서 세계원유비축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산유국들이 감산을 지속할 경우 올 4·4분기에만 하루평균 300만배럴의 초과수요가 생긴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이라크의 수출중단으로 매일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부족이 발생하게 되면서 석유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국제석유중개인들과 석유메이저들은 유가가 이처럼 불안정세를 보이자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거래보다는 단기적 물량확보에 앞다퉈 나서고있다. 이에 따라 시장이 작은 사안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있다. ◇고유가 파장 및 대응= 유가급등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격이 이날 3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유럽 등 주요국가의 채권금리는 최근 3일동안 계속 상승, 이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증대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6일에 이어 추가 인상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의 수출중단에 맞서기 위해 전략석유비축분을 방출하는 등 고유가 불끄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석유보유국인 미국이 나설 경우 유가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대이라크 강경정책을 접고 이라크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투자기관인 AG에드워드의 빌 그래디 선물담당국장은 『이라크의 속셈은 유가를 계속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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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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