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승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월요 초대석)

◎“외제차 선호풍조 개선 총력”/국산도 품질·서비스 등 손색 없어/수입업체 과당·변칙 판매 재고를/해외생산 확대·업체간 전략적 제휴 활성화해야□대담:김성태 산업 1부장 『수입차가 국내시장에서 대수기준으로 1%를 넘어섰고, 이 상태라면 오는 2000년에는 5%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걱정됩니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국산차와 외제의 정확한 비교평가 없이 「외제는 모두 좋다」는 소비자들의 막연한 선호의식입니다. 소비자들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협회차원에서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한승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58)은 『품질, 서비스, 가격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동급에서 국산차가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경쟁력향상을 통한 불황타파가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가운데 한회장을 만나 이에대한 자동차 산업의 역할, 수입차 급증대책 등을 들어보았다. ―정부가 발표한 경쟁력 10%향상 방안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해 주시지요. ▲이전의 경기대책과는 분명히 느낌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고비용·저효율을 문제점으로 인식, 공장용지 가격, 창업지원, 공공부문의 경쟁력향상 대책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도 이에 적극 호응, 경쟁력향상 방안을 마련중입니다.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있다면. ▲금리와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사회간접자본 부문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제가 있다면. ▲품질과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한 코스트절감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아가 정부의 정책이 마련되기 전에 마련한 PI―333작전(3년동안 재료비, 경비를 30% 줄이고 생산성을 30% 향상시키자는 운동)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코스트 절감 노력 ―수입차는 9월말 현재 1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연말까지는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만3천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요인을 어떻게 분석하시는지요. ▲걱정이 많습니다. 「무역장벽」(한 회장은 『별다른 장벽이 없었는데도 미국 등 외국의 표현을 빌린다』고 말했다)이 완전제거되고, 소비자들이 외제차구입에 대한 주저함이 사라졌고 소득수준향상, 외제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 수입차 업체들의 판촉강화 등을 그 이유로 봅니다. 대수를 기준으로 국내시장의 1%를 넘어섰는데 문제는 대형차 시장에서는 45% 이상을 외제차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려할 수준이죠.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제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입니다. 서비스, 품질, 가격등을 세밀하게 비교하기 보다 『외제차는 막연히 뭔가 좋다』거나 『국산차는 좋지 않다』는 편견이 진짜 문제입니다. ―국산차의 품질이나 성능 등이 뒤지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미지 개선 시급 ▲얼마전 충돌시험의 결과에도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국산차는 국내에 수입되는 동급의 외제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이는 한해에 1백만대가 넘는 수출실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동안 업계가 국내시장의 고속성장에서 생산, 판매만 하느라 이미지개선에는 소홀했다는것 인정합니다. 이제는 협회가 중심이돼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제차에 대한 정확한 실상과 관련정보를 파악,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자유화되면 국내시장 잠식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품질이나 성능,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충분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일본차가 수입되기 전에 『일제는 국산보다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한 회장은 『이같은 소비자인식 변화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특별히 강조한다. 이는 국내업체들이 해외수출을 하는 과정에서 현지언론의 강력한 태클을 뼈저리게 경험한데서 나온 것이다. 몇년전 독일에 우리업체들이 진출하자 현지의 유력언론인 슈피겔은 『철판에다 바퀴를 단 차』라고 한국차를 근거없이 혹평했다. 한 회장은 『그렇다면 철판에 바퀴를 단 차의 수입과 판매를 허용한 독일 정부는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해당 언론사에 강력히 항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당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국내언론들이 이 보도를 그대로 게재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는 우리언론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몇차례고 강조했다. ―국내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 등을 등에 업고 외제차를 수입,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언론 역할이 중요 ▲기아도 포드차를 수입했던 적이 있지만 합작선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고, 또 매우 제한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포드가 직접 진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다른 그룹들의 수입차판매는 모든게 자유화된 상태에서 뭐라할 입장이 못됩니다. 그렇지만 국민정서와 과소비 규제 등 국가경제 차원에서 수입업체들의 과당경쟁이나 변칙판매 등은 재고돼야 한다고 봅니다. 한회장은 이와관련, 『국내업체들의 해외판매선은 대부분 전문 딜러들이다』며 수입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저리 뛰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과열현상을 지적했다. ―자동차의 활발한 해외투자가 산업공동화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나가야 합니다. 기술, 설비, 부품도 내보낼 수 있고, 한번 개척해 놓으면 후속차 생산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나가느냐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국내업체끼리 해외에서 경쟁하는 형태는 지양돼야 합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국내업체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외국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전략적 제휴의 경우 국내에서는 부품공유와 같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략적제휴의 확대와 관련, 협회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아주 중요한 것 하나가 무이자할부판매와 같은 과당경쟁입니다. 업체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는 업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경우 표준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어기면 시정을 권고, 질서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강화와 관련, 소형차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시는데. ▲소형차는 1가구1차량 중과세 제외 등 경차와 같은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소형차는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차종이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뿌리입니다. 소형차에서 내수기반이 무너지면 수출은 물론 산업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한회장은 『멀리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원론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좋은 차를 값싸게 만드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정리=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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