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위기극복은 뒷전인 강대국

"국제통화기금(IMF)은 3,900억달러의 재원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출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IMF재원 증액이야말로) 우리가 논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을 놓고 각국 간의 신경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히 IMF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는 신흥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선진국 간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실 G20 회의 같은 행사를 지켜보노라면 재정위기 대응을 둘러싼 논의 자체가 국가 간 힘겨루기와 경제패권 경쟁의 장으로 변질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자칫 재정위기 해결이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다. 미국은 3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유외환액을 자랑하는 중국에 지원을 타진하는 유럽 내 흐름에 제동을 걸더니 이내 중국을 겨냥한 환율제재 법안까지 꺼내는 등 견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은 앞장서 유럽을 지원해주겠다며 영향력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흔들리는 미국의 틈새를 비집고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통화패권 장악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이를 보는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의 심정이 편할 리 없다. 미국이 중국의 환율을 문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기류가 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외교가에서는 이번 경제위기를 타고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의 싸움이 노골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국제 질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자면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세대결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는 기대난망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다. 자칫 패권경쟁에 잘못 휩쓸리면 양쪽 모두에게 뺨 맞기 십상이다. 실리를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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