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亞증시 블랙먼데이] "투자금 반토막… 심장 터질것 같다"

코스피지수가 8일 장중 140포인트 넘게 급락하는 등 닷새째 폭락세를 거듭하자 서울 목동의 한 증권사에 모인 투자자들이 시퍼렇게 멍든 시세판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주성기자


[亞증시 블랙먼데이] "투자금 반토막… 심장 터질것 같다" ■ 객장 표정'심리적 지지선' 1900 무너지자 침묵만"점심시간 폭락 직장인이 주범" 루머 돌아"깡통계좌 되는것 아니냐" 문의전화 빗발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김종성기자 stare@sed.co.kr 코스피지수가 8일 장중 140포인트 넘게 급락하는 등 닷새째 폭락세를 거듭하자 서울 목동의 한 증권사에 모인 투자자들이 시퍼렇게 멍든 시세판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주성기자 "노후자금으로 모아 둔 7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이제 겨우 3억5,000만원밖에 남지 않았어요. 4년 전 중국 홍콩펀드에 들었을 때도 반 토막 났었는데 또 같은 꼴을 당하고 나니 위장병까지 난 상태예요. 왜 노인들이 극단적인 경우를 선택하는지 알 것 같아요."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최호정(60ㆍ가명)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최근 증시가 연일 폭탄을 맞은 것처럼 급락하면서 위장병은 물론 신경쇠약까지 걸렸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증시가 불과 닷새 만에 12% 넘게 떨어지면서 이날 증권사 객장에는 최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객장 안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은 시세판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들이키고 있었다. 장 초반 낙폭을 4포인트대로 줄일 때까지만 해도 '위기가 끝난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부풀렸던 투자자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자 넋을 놓은 듯 망연자실하는 표정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아예 투자 걱정에 병원에 다니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시세판을 바라보기가 싫다. 저걸 바라보다가는 내가 심장이 터져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다시 주식에 손을 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로 지금의 심정을 표현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이런 저런 걱정에 최근 신경쇠약까지 얻어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초유의 사태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미국마저 흔들린다"며 실망 매물을 쏟아냈고 증시는 폭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업계 관계자들도 8일 코스피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인 1,900포인트선 붕괴를 바라보며 고개를 떨궜다. 오후2시가 넘어 다시 찾은 증권사 객장은 고요함을 넘어 아예 음침한 침묵이 흘렀다. 한 편에서 증시를 걱정하는 수군거림만이 가끔 고요함을 깼다. 마음 놓고 큰 소리를 내는 것은 객장 내 전화기뿐. 빗발치는 항의성 전화에 상담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도 어느새 힘이 빠져 있었다. A증권사의 한 객장 관계자는 "하루 종일 상담전화에만 매달렸다"며 "이 가운데 반대매매로 일명 '깡통계좌'를 우려하는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고객의 경우 닷새 전만해도 계좌에 2,000만원이 들어있었는데 지금은 고작 400만원이 남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마음으로는 돕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위로의 말밖에 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증시가 폭락하자 여지 없이 악성루머가 판쳤다. 객장 한 편에서는 "저축은행 등 비금융권에서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이용해 대량으로 팔았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만 천리를 달렸다. 그야말로 패닉 그 자체로 일각에서 "피 토해야 바닥이라는 말처럼 증시가 막장에 다다라서야 오를 수 있다"는 말마저 돌고 있다. B증권사의 한 객장 관계자는 "정오에서 오후1시 사이 증시가 급락하자 원인이 MTS를 통한 직장인 매매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한때 MTS 마비 현상까지 나타났다는 말까지 거론됐다"고 말했다. C증권사의 한 지점장도 "저축은행 등 비금융권을 중심으로 대량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에 따른 일명 '깡통계좌' 속출을 우려하는 고객의 문의가 오후 내내 지속됐다"고 밝혔다. 그나마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희망을 꿈꾸는 투자자도 많았다. 바닥이라는 생각에 투자 시기를 문의하는 전화도 이어졌다. D증권사 여의도지점 지점장은 "이제 미국마저 흔들린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상실한 채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며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바닥이라고 여겨 언제 투자할지를 질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증권사 부산 지역 지점의 한 고위관계자도 "주가 폭락 규모와는 달리 이미 금융위기를 겪은 몇몇 투자자들은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대로 주저앉는다는 생각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살린다는 생각에 투자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 신용등급 추락 전세계 '쇼크'…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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