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28일] 관료제는 스마트폰 시대의 독약

스마트폰은 밑단에서부터 네트워크, 하드웨어(CPU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콘텐츠) 순으로 4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 기업들이 만든 세계적인 통신ㆍ기기ㆍ부품ㆍ소프트웨어에 수백만명의 개발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하단의 네트워크ㆍ하드웨어가 경쟁력의 핵심이었지만 아이폰 열풍으로 애플리케이션 쪽으로 주도권이 옮아갔다. 3차원(3D) 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아바타'의 실질적 경쟁력은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생생한 표정ㆍ감정에 있다. 아바타 영화 제작에 120여명의 예술가들이 크리쳐ㆍ캐릭터ㆍ배경을 현실감 있게 만들었고 직접 개발한 이모션 캡쳐 기술, 스테레오 스코픽 3D 촬영기술이 동원됐다. 이 같은 산업경쟁력의 주도권 이동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옛 정보통신부와 같은 정보통신(IT) 총괄 부처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는 정부 주도의 관료제가 독약일 수 있다. 우선 콘텐츠ㆍ소프트웨어ㆍ생각ㆍ아이디어가 경쟁력의 핵심인 시대에는 각 개인의 창의성이 힘차게 발휘되고 집단지성 간의 협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줄을 세우고 드림팀을 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로 상업적 성공은 속도와 비밀성이 기반이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시대에는 정부가 과제를 공고ㆍ선정ㆍ평가하는 시간 소모적인 절차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또 기업들이 사운을 거는 핵심적 제품은 경쟁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아이폰을 비롯한 세계적 제품들은 깜짝 쇼 형태로 발표된다. 정부 주도의 공개적이고 감사원ㆍ국회ㆍ언론이 감시하는 프로젝트는 그만큼 상업성이 떨어진다. 셋째, 융합 사회에서는 융합의 범위도 시장이 결정한다. 구글ㆍ애플 등의 스마트폰은 각자의 독특한 기반과 방식하에 융합이 이뤄진 제품들이다. 기술과 기술의 결합뿐만 아니라 디자인ㆍ인문ㆍ사회ㆍ문화ㆍ예술 등 소위 테크플러스형 융합시대에서는 융합을 어떻게 하는가도 각 기업의 문화와 경쟁력에 속한다. 아이폰과 영화 '아바타'는 정부의 직접적 관여가 아니라 시장 활력에 의한 창의적ㆍ도전적ㆍ열정적ㆍ경쟁적ㆍ국제적인 협업의 결과다. TDX 교환기 개발 방식은 스마트폰에는 통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ㆍ스토리ㆍ감성ㆍ예술이 산업을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모험 정신으로 밤새워 인생을 거는 진정한 기업가와 개발자들이 승리하는 민간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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