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물연대의 파업은 생산도시로 막 발돋움하려는 광주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화물연대가 조속히 광주를 떠나지 않으면 시민단체를 총동원해 화물연대를 몰아낼 것이다. (지난 3월 광주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성명서) #2. “외부세력이 이번 사태와 무관한 울산과 전남 광양 등지의 건설근로자를 불러들여 포항을 전국적인 시위의 장으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서 불법 폭력행위를 강력히 막아내자.”(지난 8월 포항 건설노조 파업을 규탄하는 시민대회 대회사) 포항건설노조 파업이 50여일째를 맞았던 지난 8월16일. 강풍과 폭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포항시민들이 포항종합운동장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건설노조의 불법폭력 시위를 막아내고 포항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마음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순식간에 2만여명을 넘어 운동장 옆 공터를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우비를 든 채 손에 태극기를 들고 ‘불법 시위, 폭력시위 포항경제 다 망친다’, ‘노조 권익 외면하는 정치노조 물러가라’는 구호가 적인 피켓을 힘차게 흔들었다. 수십년간 고질병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노동운동의 극한 투쟁과 파업사태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데 한가한 복지타령이나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공공성 강화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는 싸늘한 시민 들의 반응에 놀라 나흘만에 파업을 철회해야 했다. 지난 9월 5개 발전회사 재통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발전노조 역시 하루도 안돼 파업을 접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국민 불편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리한 파업에는 신물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민 정서와 부합하는 투쟁이슈를 제기하지 못한 데서 1차 원인을 찾고 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파업들은 FTA 반대처럼 추상적이거나 더 많은 복리후생제도 도입처럼 대다수 근로자들과 동떨어진 요구들을 내걸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며 투쟁을 벌인 포항건설 노조 파업처럼 노조의 파업전략이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점도 외면 받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파업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조직력, 자금력이 강한 노조들이 주도해왔다. 2003년 현대자동차의 25일간 파업, 2004년 GS칼텍스정유와 서울 지하철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이어 2006년에는 완성차 4사와 철도노조, 발전노조까지 줄줄이 파업을 벌였다. 이들 노조의 요구사항에는 해고자 복직, 생산라인 개편시 노조 동의 같은 인사경영권 사항은 물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저지, 비정규직법 철폐 등 정치적인 사안도 대거 포함됐다. 반면 이들 노조는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불법파견 해소 등의 문제에는 눈을 감았다. 여기에다 상급단체의 무리한 총파업 남발도 노동계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 2월 출범한 조준호 민주노총 집행부는 올 들어서 지난달 29일까지 모두 8번의 총파업을 벌였다. 총파업 명분은 비정규직법 개악 반대, 한미 FTA 협상 저지, 이라크 파견 국군장병 철수 등이었다. 이 같은 민주노총의 무리한 파업은 일선 조합원들의 지지조차 얻어 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65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지만 가장 많은 수가 참여한 파업도 10만명에 달하지 못했다. 통상 4만~5만 참가에 그쳐, 총파업이란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파업 돌입을 위해 벌인 총파업 투표 참여자가 적어 파업 찬반 투표 시기를 몇 차례 연기하기까지도 했다. 울산 지역의 한 노조 간부는 “상급단체 지침을 따르기 위해 총파업을 추진하지만 점점 조합원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벌이는 사업은 총파업 밖에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은 “노동운동 지도부가 관성적으로 운동을 이끌다 보니 노조의 어려움을 강변하는 형태로 파업이 남발되고 있다”며 “운동 초기에 노조가 어려울 때는 이런 이야기가 먹혔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는 물론 노조 내부에서조차 지지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노조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게 되고 사회적 영향력이나 발언권이 자신도 모르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못하고 변신에 실패할 경우 이익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운동 지도부가 80년대 정부로부터 탄압받던 시절의 피해의식을 여전히 갖고 죽을 때까지 파업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비정부기구(NGO)나 외국인 근로자 단체, 여성단체 등에 소외계층 대변이란 역할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급단체 정치성향 ' 반발 확산
거제·진주시청 공무원들 전공노탈퇴 합법노조 전환 상급단체의 정치성향에 대해 단위 노조의 반발이 갈수록 느는 추세다. 지난달 8일 거제시청 공무원들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탈퇴, 노동부 통영지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합법노조로 전환했다. 진주시청 공무원들 역시 같은 달 9일 전공노를 탈퇴, 합법노조 설립에 동참했다. 이들은 상급 단체인 전공노가 현행 공무원노조법(공무원의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음)에 반발, 합법노조 전환을 거부하고 강경 투쟁을 일삼자 독자행동에 나섰다. 강경투쟁을 고수하는 전공노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올 들어 전공노를 탈퇴한 지부들이 속출했지만 지도부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공노는 이들의 이탈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강경 투쟁노선을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전공노를 탈퇴한 한 공무원은 "법외노조를 고집하다보니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어 합법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