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8년 펀드 결산] 반토막… 깡통… 애물단지로 전락 '수모'

주식형 연간 수익률 마이너스 두자릿수로 추락<br>해외펀드 환율폭등 따른 환헤지 손실로 '이중고'<br>불완전판매 시비에 투자자들 잇단 소송 제기도


‘반토막, 소송 대란, 깡통펀드….’ 2008년 펀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국민적 열풍까지 불러일으킨 펀드가 올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2월 들어 수익률을 다소 회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 출시된 모든 주식형 펀드는 연간 수익률에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투자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던 성장형 펀드와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펀드, 그리고 ‘국민펀드’로까지 불리며 지난해 말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등이 큰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해외펀드 중 상당수는 환율 폭등에 따른 환헤지 손실까지 나면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4개 키워드를 통해 올해 펀드시장을 결산해본다. ◇반토막=올해 주식형펀드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어를 꼽자면 ‘반토막’이 단연 압도적이다. 모든 펀드가 반토막 난 건 아니지만 지난해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열광했던 해외 펀드들이 잇따라 -5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해외펀드, 그 중에서도 이머징마켓 펀드들이 반토막의 희생양이 됐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의 타격이 그 중 컸다. 특히 일부 러시아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80%에 육박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깡통 펀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지난해 불과 열흘 사이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이며 국민펀드라는 별칭이 붙었던 인사이트 펀드 역시 -48.32%로 반토막의 그늘을 피하지 못했다. ◇환헤지=올해 해외펀드 수익률의 희비를 가른 건 국가도, 섹터도 아닌 환헤지 여부였다. 연초 900원대에 머물렀던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폭등하면서 환헤지에 따라 해외펀드의 명암이 엇갈렸다. 문제는 국내 출시된 상당수의 해외펀드가 투자자의 뜻과 상관없이 자동 환헤지에 걸려 있어 환율 상승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환헤지를 투자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펀드의 경우 많게는 수십 %포인트의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면서 ‘순간의 선택이 펀드 수익률을 좌우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소송대란=대다수 펀드가 반토막 신세로 추락하고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환헤지 여부가 펀드 수익률을 더욱 추락하게 하면서 분노한 투자자들은 객장이 아닌 법원으로 달려갔다. 약관을 어긴 투자를 한 일부 펀드와 역외펀드의 환헤지 관련 불완전판매 시비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펀드 불완전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지난 11월 ‘우리파워인컴펀드’ 관련 분쟁에 대해 판매사에 손실금액의 5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역외펀드 선물환 계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모여 판매사와 운용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소송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펀드 소송에 따른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런=펀드 수익률이 급전직하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펀드 자금의 대량 이탈, 이른바 ‘펀드런’이었다. 수익률 하락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펀드에서 자금을 빼가면 투신권의 대규모 순매도가 나타나 국내 증시 추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악순환 시나리오였다. 다행히도 ‘펀드런’은 기우에 그쳤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9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했고 적립식 펀드의 견조한 성장세도 이어지며 대규모 자금 이탈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에 베어마켓 랠리로나마 반짝 상승세가 펼쳐지면 수익률을 만회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가 성장세가 꺾이는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우려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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