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7일] 정부부속기관 '공익법인화'를

과거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대’였다면 공공 부문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지적할 때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 ‘정부 부속기관의 남설(濫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57개의 행정기관이 각 부처에 부속돼 운영되고 있으며 이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만 무려 2만1,977명에 달한다. 부속기관은 중앙부처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경찰병원 등의 의료기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문화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연구기관,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의 교육기관, 국립식물검역원 등의 감시기관 등 그 형태나 기능도 상당히 다양하다. 이들 기관의 영역이 이렇게 다양하다 보니 국립현대미술관을 공무원이 직접 운영하는지 처음 알게 된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속기관은 설립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부족한 인프라를 공무원의 노력으로 채워주기 위해 설치됐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빈약했던 의료ㆍ문화 등의 인프라를 그동안 잘 보완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역량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오히려 그 기능이 민간에 뒤지는 분야도 나타나게 됐다. 예를 들어 국립의료원은 지난 1958년 설립될 당시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이었지만 현재는 열악한 여건으로 의사들의 채용도 어렵고 이직률도 높을 뿐만 아니라 외래환자 수도 다른 대형 병원에 비해 떨어지는 등 민간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것은 향후에도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진단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원인으로는 정부조직의 경직성, 잦은 순환보직인사, 과도한 예산 통제, 경영 위험이나 능률 제고 동기의 결여 등 다양한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속기관의 ‘공익법인화’가 거론되고 있다. 공익법인화는 항간의 우려처럼 민간에 소유권을 넘겨 아예 민영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기존에 해오던 공익적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되 다만 해당 기관에 조직ㆍ인사ㆍ재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동안 직업공무원제의 틀에 안주해오던 공무원들의 마인드를 개조하면서 신분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전환시켜 우수 인력의 경우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도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관료조직에서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서울대학교병원이나 보훈병원 등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물론 모든 분야를 민간인이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민간 부문에 동일한 기능을 잘 수행하는 기관이 존재한다면 해당 기관이 정부기관으로서의 필요성이 있는지, 아니면 민간과 경쟁시킬 필요가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정부 기능의 존속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제공되던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되 그 품질을 높여 국민들의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수단으로 부속기관의 ‘공익법인화’에 관한 논의가 진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부 부속기관의 ‘공익법인화’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공무원조직은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승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것이 국민과 국가에 보다 더 도움이 될지에 관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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