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5월 10일] <1692> 케이맨 제도


인구 5만1,900명에 금융자산은 2,546조원. 카리브해의 작은 섬,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케이맨 제도의 모습이다. 국민소득 1인당 4만3,800달러로 세계 10위(CIA 2009년 팩트북). 케이맨 제도의 환경은 최상과 최악이 절반씩 섞여 있다. 국가 수입의 절반 이상이 관광에서 나올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태풍이 해마다 찾아온다. 2004년에는 건물의 90%가 파괴돼 18억5,000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예산이 8억달러 남짓한 형편에 엄청난 피해지만 그런 대로 버텼다. 태풍에도 외국인들은 계속 찾아왔다. 사람을 끌어들인 것은 '세금의 천국(Tax Haven)'이기 때문. 연 3,000달러의 수수료만 내면 법인등록이 가능하고 세금도 없기에 자본이 몰려든다. 본사를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로 만들어 이곳으로 옮긴 기업도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헤지펀드도 9,253개(2009년 9월 현재)에 달한다. 헤지펀드의 온상인 케이맨 제도가 서양에 알려진 것은 1503년 5월10일. 네번째이자 마지막인 서인도제도 항해에 나섰던 콜럼버스는 바다거북이 많은 이 섬에 거북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섬의 이름은 곧 바뀌었다. 훗날 영국 해군제독이 될 해적선장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원주민들의 호칭에 따라 케이맨 섬이라고 불렀다. '악어의 섬'이라는 의미가 담긴 원주민들의 작명법은 미래를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19세기 중반까지 카리브해 해적들의 소굴이었으며 오늘날에는 금융해적들의 근거지이니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탈ㆍ불법 금융거래 근절에 나서면서 케이맨 제도의 입지가 주민들에게 세금부과를 검토할 정도로 약해졌다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금융포식자 악어의 횡포도 줄어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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