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뒷걸음치는 내수

내구재 소비 급격 위축, 유화 3년연속 마이너스<br>철강은 작년 1%증가 그쳐… 정보통신은 포화상태


『 내수시장의 파열음이 예사롭지 않다. 경기 전반에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설비와 건설 등 양대 투자 부문이 10여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도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특히 가전과 철강 등 내수를 이끄는 실물 경기의 침체 속도도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다. 민간 연구소들이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4% 초반까지 내려 잡는 것을 보면 내수 침체의 고리는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에는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 기운이 뚜렷하다. 우리 경제로서는 안팎에서 동시에 불어오는 찬바람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추락하는 내수시장을 분야별로 진단해 보았다.』 최근 수년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내수소비도 만성적인 침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ㆍ반도체ㆍ정보통신 등 주요산업의 경우도 올 들어 내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거나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내년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회복되지 않는다면 우리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구재 소비 매년 감소=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인 자동차 내수판매 증감율은 2003년 전년 대비 -18.7%, 2004년 -16.5%를 기록했고, 2005년에는 3.9%의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올 들어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고유가 부담 가중 등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현대ㆍ기아ㆍ쌍용 등 주요 업체들의 연이은 노조파업으로 공급차질마저 생기면서 지난 6월 이후 8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실제로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판매 실적은 총 72만3,736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0.3% 줄었다. 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 내수시장이 올 들어 환율과 유가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친 데다 하반기 신차 출시도 많지 않아 한동안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올해 내수판매 규모가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3년 131만대에서 2005년 114만대로 줄어든 상태이다. 냉장고 등 가전 역시 내수는 위축되는 모습이다. 냉장고의 내수 규모는 2004년 270만대에서, 2005년 280만대로 늘었지만 올해의 경우 265만대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탁기도 올해 지난해와 같은 14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의 경우 중저가의 판매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업계가 프리미엄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ㆍ석유도 안에서는 죽 쒀=석유화학은 3년 내내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03년 -1.0%에 이어 2004년 -2.0%, 2005년 -3.1% 등으로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철강의 경우도 내수판매 증가율은 2003년 3.8%, 2004년 2.9%, 2005년 1.0% 등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내수 철강 경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차지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인 만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의 변함 없이 내수 철강 경기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애정 한국철강협회 조사팀장은 “건설경기는 내수 철강 경기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철강이 소재산업인 만큼 건설경기가 살아야 철강 경기도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용으로 사용되는 철강재로는 건설용 후판과 냉연제품ㆍ스테인리스 제품ㆍ봉형강류 제품 등이 있다. ◇정보통신은 포화상태=국내 정보통신시장을 견인하던 이동통신사업도 가입자 포화에 따라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2000년 2,680만명에서 2004년에 3,660만명으로 연평균 245만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이동통신 가입자는 3,800만명 수준으로 불과 170만명 증가에 그쳤다. 가입자 정체는 이통사의 매출액은 물론 휴대폰 내수시장 침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0년 5조원이던 휴대폰 내수시장은 2004년 15조원까지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내 정보통신시장의 또 다른 견인차인 초고속인터넷도 가입자 포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0년 390만명에 불과했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2002년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가입자 증가는 눈에 띄게 감소해 지난해 말 가입자는 1,220만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와이브로나 초고속이동통신(HSDPA)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식인종효과’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포화로 인한 통신 내수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나 타 산업 영역과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면서 “인터넷TV와 같은 뉴미디어나 무선인식(RFID)ㆍ홈네트워크 등 다양한 신사업 모델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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