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1억 예금에 손해가 42만원이라면

물가가 급등하는 반면 은행 예금 금리는 계속 떨어져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이자 생활자와 서민들의 삶은 더 쪼들리게 됐다. 은행을 믿고 예금을 할 경우 손해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정기예금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실질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0.42% 를 기록, 1억원을 예금할 경우 연간 42만원을 손해 본다는 것이다. 은행 이자 수입이 줄어들면 주식ㆍ채권 혹은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것이 전통적인 투자 흐름이다. 그러나 증시는 붕괴 상태이고 부동산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으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딱한 상황이다. 그래도 한푼이라도 돈을 모으려는 일부 예금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내 투신권의 채권형 상품과 수시 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시장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회사채를 모두 상환하기로 하는 등 우량 회사채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비싼 이자 물으며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ㆍ개인은 해외 채권ㆍ주식시장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은행의 실질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내수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이는 불가피한 정책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유가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등에 의한 물가오름세가 실질금리를 낮추고 있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리거나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실질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금융상품의 투자수익률은 더욱 떨어져 해외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해외자본유출을 줄이고 물가도 불안한 만큼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교과서적 처방에서 벗어나 금융자산가의 이자소득을 높여 소비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반면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 금리를 올리면 대출이자부담이 늘어나 소비를 더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금리 인상론이나 인하론이나 모두 수긍이 가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최대 우선순위는 경기회복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경기회복의 실마리는 커녕 경기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현단계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정치ㆍ사회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은 어렵기 때문이다. 당분간 현재 수준의 금리로 가자는 이 같은 주장은 마이너스 실질 금리시대에 살고 있는 예금자들에게는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찾는 것이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사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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