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20% 급락할 경우 38만가구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주택'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월세보증금이 20% 급락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전체 임대가구의 11.9%가 은행에서 빚을 내야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년 대비 20.2% 하락했다.
보증금 있는 임차가구는 국내 전체 가구의 41.4%인 746만가구다. 이 중 전월세보증금 부채가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가구 비중은 전체 임대가구의 43.6%(325만가구)에 달한다. 전세 가격이 20% 떨어질 경우 빚을 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11.9%(88만7,000가구)로 나타났다. 10가구 중 1가구꼴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8만가구(5.1%)는 빚을 내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다 돌려주지 못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아파트 분양에 따른 집단대출도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은에 따르면 2016~2017년 집단대출 수요를 추정한 결과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월평균 약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집단대출의 빠른 증가세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일부 지역 주택 가격에 하향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고령화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은은 부동산 핵심수요층인 '자산축적연령인구(35~59세)'가 2018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