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1일] 컬러TV

1980년 12월1일 10시30분. 전국에 때 아닌 꽃이 활짝 폈다. ‘색의 꽃’ 컬러TV시대가 열린 것이다. 컬러로 송출된 수출의 날 기념식이 출발점. KBS의 평일 세 차례 시범방송을 시작으로 12월말에는 방송사 프로그램의 80% 이상이 컬러로 나갔다. ‘컬러TV를 샀느냐’는 인사가 등장했고 ‘극장은 다 망한다’는 성급한 분석도 나왔다. 총천연색은 파장을 몰고 왔다. 단색 위주의 거리가 화려하게 변했다. 중고교생 두발과 복장 자유화와 겹쳐 의류업체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검정과 군청 일색이던 승용차 색상도 다양해졌다. 규제를 뚫고 나왔기에 반향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한국이 컬러 방송을 내보낸 것은 세계 81번째. 등수놀이를 좋아하는 성향과 달리 늦어도 한참 늦었다. 북한보다도 6년 뒤졌다. 72년부터 제품을 만들던 가전사들의 컬러방송 건의는 번번이 묵살됐다. 대안으로 제시된 ‘새마을 보급형 컬러TV’도 성능이 뒤져 채택되지 않았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는 날로 벌어졌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일본은 VTR로 진화 단계에 들어갔다. ‘소비를 조장하고 계층간 위화감을 야기한다’며 컬러 방송을 불허해온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컬러TV는 겨우 빛을 보게 된다. ‘눈이 피로하다’, ‘컬러 위주로 방송돼 축구경기에서 누가 어떤 편인지 구분 못하겠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컬러TV는 급속하게 영향력을 확장해갔다. 가장 큰 변화는 전자산업에서 일어났다. 신제품 경쟁은 반도체 개발을 앞당겼다. 전자산업은 비약의 계기를 맞는다. 93년 컬러TV 최대생산국으로 도약한 한국은 눈길을 디지털로 돌려 고부가가치TV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도 제쳤다. 한국은 디지털컬러TV에서 세계 최강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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