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배임죄 '공포'

최근 포괄적 적용 잇따르자 "코에 걸면 코걸이" 노심초사

재계 배임죄 '공포' 최근 포괄적 적용 잇따르자 "코에 걸면 코걸이" 노심초사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최근 현대차그룹 등 기업 비리 관련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재계가 ‘배임죄’ 공포에 떨고 있다. 배임죄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확대돼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및 356조상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득을 취득케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범죄’로 규정돼 있다. ‘임무 위배’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처럼 배임죄는 범죄 유형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검찰이 복잡다단한 기업활동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배임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등 재계에 심상치 않은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배임죄 확대 적용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가 최근 국내 기업집단의 불법 경영권 승계 행태를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국내 법체계에서는 생소한 ‘회사 기회의 편취’ 문제를 들고 나와 재계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회사 기회의 편취는 지배주주가 사적 소유의 비상장회사 설립 등을 통해 그룹 전체에 돌아갈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편취하는 행위. 참여연대는 손해의 실체를 산정할 수 없는 무형(無形)의 ‘사업 기회’조차도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 최근 현대 글로비스와 신세계그룹 관련 임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배임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최근 사법부의 판결 성향은 더더욱 재계의 목을 옥죄고 있다. 기업 지배주주의 의견에 순응하며 이사회에서 단순히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임원들이 줄줄이 배임죄의 철퇴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법원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 지배주주의 지분을 늘리게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임원 2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는 현재 피해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소극적 손해’가 인정된다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려 재계에 묵직한 파장을 남겼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영갑 변호사는 배임죄의 포괄적 속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기업 운영과 관련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배임죄를 적용하는 형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배임죄에 대한 적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기업 임원들이 지배주주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는 관행이 더 이상 면책되지 않는다는 지각의 큰 흐름이 재계에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법제도와 국민 법감정 등을 통해 무리하게 배임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기업인의 소신 있고 책임 있는 경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입력시간 : 2006/04/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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