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대기업이 되레 자국 경제에 毒?

미국내 채용은 줄이고 해외 일자리수는 늘려

미국 대기업들이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미국 내 채용은 줄이고 해외 일자리를 늘리자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화가 미국 경제에 '독'이 된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미국 내 채용 인원은 줄이는 반면 해외 일자리 수는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는 240만명을 더 채용한 반면 미국 내에서는 일자리를 290만개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는 미국 내 인건비를 전년대비 5.3% 줄인 반면 해외에서는 1.5%만 깎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2005년과 2010년 사이 국내외에서 모두 일자리를 줄였지만, 해외에서의 인력 삭감이 1,000명에 그친 것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무려 2만 8,000명을 줄였다. 지난 2000년 GE 전체 근로자중 해외 근로자 비중은 46%였으나 지금은 54%에 이른다.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도 해외 인력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캐터필라는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 일자리 수를 3,400개 (7.8%) 늘린 반면 해외 일자리수는 1만 5,900개(39%)나 늘렸다. 이 밖에 오라클과 시스코 시스템즈와 같은 IT 업체들도 미국 보다는 해외에서 일자리 만들기에 더 열심이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매튜 슬러터 경제학 교수는 "1990년대만해도 미국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하나 만들면 미국에서는 두 개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임금은 정체된 상황에서 이처럼 미국 대기업이 해외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할 경우 미국 경기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이 미국의 민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이른다. WSJ은 "미국의 높은 세금 부담, 인프라 부족, 숙련공 이민 제한, 질 낮은 교육 시스템으로 미국 대기업들이 미국 내 채용을 꺼리고 있다"며 "미 정부가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대기업들은 계속 해외에서 인력을 조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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