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후보선수 없이 주전만으로 전국소년체전 야구 준우승

부천 신도초등학교

신도초등학교 야구부원들이 지난 20일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야구결승전 직후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후보선수 단 한명 없이 딱 9명만으로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3개월간 무려 20여 게임일정을 소화해낸 뒤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 초등학교 야구부가 독일 월드컵 열기에 묻혀 있다가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화제다. '공포의 외인구단' 초등학교판 버전(version)쯤 되는 주인공은 지난 17~20일 일정으로 울산광역시에서 열렸던 35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경기도 대표로 출전했던 부천 신도초등학교 야구부. 마지막날인 20일 초등부 결승전에서 충북 대표인 석교초등학교에 10대2로 석패, 은메달에 그쳤지만 뒷얘기가 영화 같다. 주최 측에 제출한 신도초등학교의 선수 명단은 6학년 6명, 5학년 3명 등 총 9명뿐. 후보 없는 '무모함'은 불가항력이었다. "야구부 전체 인원이 13명인데 대회규정상 4학년 이하는 선수 등록이 불가능해 남은 5ㆍ6학년만 모아본 게 딱 9명이 됐다"고 이 학교 야구부 김문수(46) 감독은 회고했다. 5ㆍ6학년 신입부원 모집 공고도 여러 번 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살얼음판을 걷는 일정'이 시작됐다. 9명으로 시평가전ㆍ도평가전 등 앞서 가진 예선전을 모두 소화해냈고 소년체전 본선에서 경북 포항초등학교, 제주 신광초등학교를 잇따라 누르고 마침내 4강에 올랐다. 그러나 '단 9명'의 후유증은 4강전을 앞두고 커졌다. 준결승전이 예정된 19일이 투수와 5번타자를 맡고 있는 팀의 핵심 송석원(12)군의 수술일자와 겹쳤던 것. "체전 개막 보름 앞두고 연습게임에서 공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죠. 결국 마지노선으로 잡아낸 날짜가 19일, 더이상 미루면 의사도 책임질 수 없다고 그랬죠. 당시 9명만으로 4강 진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수술날짜를 잡았던 거죠. 그런데 4강까지 진입한 거고 어려운 선택 상황에 빠진 거죠." 김 감독의 말이다. 4강전을 포기하고 수술을 위해 상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송군이 자기로 인해 팀 전체가 모두 짐을 싸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고 결국 4강전에 섰다. 4강전도 6회말 역전을 끌어내며 승리했고 그렇게 어렵게 결승전에 올랐다.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아이들 평생 가슴에 남을 교훈을 얻은 건 가장 큰 수확"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신도초등학교는 그러나 지금도 목하 고민 중이다. 내년 초 6학년 선수 6명이 모두 졸업하기 때문. 남은 5학년 3명과 4학년 이하 야구부원을 모두 합해봐도 채 9명이 안된다. 김 감독은 "전교생이 1,500명이 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 자원자는 많지만 야구 자원자가 적은데다 어렵고 힘든 일은 기피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97년 창단 후 쭉 이 팀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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