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삼성전자 윤종용사장

메모리 반도체, TFT-LCD, PCS 단말기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즐비한 삼성전자가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뉴 밀레니엄 비젼」을 선언했다.삼성전자의 윤종용(尹鍾龍)사장은 『2005년까지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일본 소니나 미국 인텔, 데덜란드의 필립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영은 혁신의 연속』이라고 단언하는 尹사장은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어도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실한 경영을 저해하는 부실요소나 거품은 언제든지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오는 2005년 매출 규모를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70조원으로 설정한 삼성전자 윤정용 사장을 만나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앞으로 펼쳐갈 21세기 전략 등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삼성전자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헤쳐 국내 대표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요. 고맙습니다. 초창기 황량하기만 하던 수원, 기흥 및 구미공장이 이제는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내는 첨단 산업단지로 바뀌어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30년은 무엇보다도 故 이병철(李秉喆) 선대 회장과 이건희(李健熙) 회장 두 분의 반도체 및 통신사업에 대한 앞선 결단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66년에 삼성에 입사해 69년 삼성전자 창립때부터 회사와 호흡을 같이 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삼성전자와 함께 하면서 지난 30년동안 일화도 많았겠습니다. 한토막만 소개해 주시지요. 80년대초 이야기입니다. 갓 이사로 승진한 후 VCR사업을 맡았었는데 실적이 지지부진했지요. 당시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선대 李회장께 불려가 조목조목 지적을 받으며 야단을 맞았습니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우셨나 봅니다. 당시 심정은 토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 괴로웠지만 되돌아 생각할 때 사람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TFT-LCD, 휴대폰단말기 등이 호조를 보여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단군이래 최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경영 실적과 내년 전망 등은 어떻습니까. 삼성전자는 매출 비중의 70%가 수출입니다. 지난해 110억달러를 수출했었는데 올해는 10월말 현재 지난해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창사이래 처음이지요. 내수도 기대이상으로 호전되고 있어 연말까지 매출 25조원에 순이익 3조원이상이 예상됩니다. 연초 매출목표였던 22조원보다 10%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내년에는 반도체, LCD, 정보통신이 지속적으로 호황을 보일 것이고 디지털 제품 매출도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삼성전자 해외사업장이 올해들어 속속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해외사업장이 이처럼 성공하게 된 배경이나 요인이 있을텐데요. 해외에 54개의 생산 및 판매법인이 있는데 올해 전 사업장이 예외없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해외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130억달러에 달하고 순이익은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사업은 지난 96년까지 양적인 확장이 중심이었지만 97년이후 최근까지 질적 성장에 주력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일부 부실한 해외법인을 철수하거나 통폐합시켯으며 나머지 법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재무구조와 사업구조를 갖출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과거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수익이라고 평가받았던 95년의 반도체 호황과 최근의 호황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고 싶군요. 물론 95년과 올해가 모두 수 조원대의 수익을 올릴 것이란 점, 반도체가 전반적으로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 주가가 15만원대이상 고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이 비슷한 양상이지요. 하지만 지난 95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지만 부실과 버블 속에서 메모리반도체 하나에만 의존하던 기형적인 구조였다면 올해는 부실과 버블을 제거한 상황에서 반도체, LCD, 통신 등이 고르게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틀립니다. 해외사업장 흑자 등 과거와 달리 어느 한 사업부의 성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 사업부가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선진형 사업구조가 정착된 것이지요. 내부적으로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뻗어나가는 사업구조를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년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들어선 후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만 이를 너끈히 극복했습니다. 극복요인은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2년 간은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어려운 고통의 나날이었지요. 삼성전자 역시 생존의 위협을 받아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업 생존과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과 버블을 싹 걷어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뿐이 없었습니다. 96년말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사업장 모두에서 3만여명의 인력을 슬림화했습니다. 사업을 철수한 것도 15개에 달했고 분사와 아웃소싱을 통해 65개 사업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2년 전 5조7,000억원에 달하던 부실요소를 올해 모두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견실한 경영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부실이나 거품은 언제든지 정리해 나갈 것입니다. -반도체는 시황산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64메가D램의 경우 불과 4년 전 시장에 처음 출시될 때만해도 개당 40달러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회복돼서 그나마 12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실적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가능한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삼성전자는 이제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만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95년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TFT-LCD를 포함해도 35%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정보통신 비중이 25%로 높아졌고 가전부문이 40%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 구조는 매출뿐 아니라 수익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점차 안정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 구조에서 경기사이클을 타는 사업은 반도체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역시 메모리 중심에서 LCD, 비메모리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고 수율 향상, 칩크기 축소 등의 경영혁신을 진행하고 있어 반도체에 의한 경영악화 현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은 세계 일류화 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21세기는 특히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에게만 기회를 줄 것입니다. 소니나 인텔과 같은 정상의 기술력과 상표력을 갖추기 위해 삼성전자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이지요. 세계적으로 사회 인프라와 전자산업이 디지털화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에 비해 20~30년 늦게 전자산업에 참여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후발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는 세계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시장원리는 사업별로 3강만이 살아남는 「3강의 법칙」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니의 「IT'S A SONY」나 필립스의 「LET'S MAKE THINGS BETTER」와 같이 삼성도 최근 「삼성의 디지털 세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SAMSUNG DIGITALL, EVERYONE'S INVITED)」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마련했습니다. 적어도 2005년까지이 삼성의 브랜드이미지를 소니나 필립스, 인텔 등에 버금가도록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내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플랜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반도체 부문에 18억달러 가량을 투자했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주로 기존 생산라인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에 투자할 방침이고 128메가D램이나 256메가D램 생산을 위한 라인에도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 밖에 경기 화성에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2단지 부지 조성작업과 천안 LCD 4세대라인 건설,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있는 품목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것과 고부가제품인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등에 대해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지요. -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국내 상장기업들은 「주주권익」을 그 어느 때보다 우선 고려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는 주주권익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요.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투명성이 보장된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이사회 운영을 위해 등기이사 1/4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객관적이고 역량있는 인사를 폭넓게 영입할 수 있도록 「주주대표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주가는 회사 경영의 실적을 평가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주요 경영진들이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직간접적으로 투자자들을 보호해 나가고 있습니다. -장시간 할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국제통화기금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조언이나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남들 모르는 어렵고 험난한 고비가 많았습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입니다. 21세기는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이니만큼 고정관념과 타성, 관습을 벗어나야 합니다. 조직도 권위주의, 이기주의의 틀속에서 새롭게 변신해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대담= 이종승(李鍾承)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리=김형기기자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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