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근로시간 단축등 노동현안을 놓고 노동계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자 재계가 급제동을 걸고나섰다.노동계의 요구 중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문을 분명히 짚고넘어가자는 뜻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국회 실업대책특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수용불가」, 「타협불가」, 「시행연기」등 다양한 표현을 써가며 최근 4가지 노동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근로시간 단축문제에 관련, 전경련은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이미 세계적으로 효과가 없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80년대중반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으나 10여년동안 제조업 근로자는 100만명, 단순직 근로자는 180만명이나 줄었다는 독일의 예 등을 들며 「임금삭감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수용불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조전임자에게 대한 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노동법 조항 문제에 대한 정부측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보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1월25일 한국노총위원장과 면담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처벌하는 현행 조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협의하라』고 말한데 대한 반론인 셈. 처벌규정이 폐지되면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요구에도 어긋나 외자유치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다.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실직자의 노조가입허용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미 합의된 사안인만큼 전경련이 드러내놓고 반대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후 대량실업문제가 해소되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된 후」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겉으론 시행연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 수용불가」와 다를 바 없다.
전경련은 『형식적으로 1·2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것처럼 돼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체계상 문제, 사회불안, 산업평화 저해등 부작용을 나열했다.
전경련은 또 기업의 인수합병, 빅딜(대규모사업교환), 그룹 내 통합 등에 따라 근로조건 차이와 복수노조가 큰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대우중공업처럼 조선부문과 종합기계 부문의 노조가 따로있고 근로조건이 뚜렷이 다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비효율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특별법을 제정, 인수합병시 근로조건과 노조를 단기간 내에 일원화하는 특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원화 작업은 인수주체가 분명한 경우 인수기업이 주도하고, 불분명할 경우 3개월 내 단일화를 이루도록 의무화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모든 노조가 해산된 것으로 간주하자자는 안을 내놓았다.
한편 전경련은 민간 경제계의 실업대책과 관련, 대학생 인턴제와 분사(分社)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세제및 금융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