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M&A 매물 홍수침체 장기화, 장외기업서 상장.등록社까지 확산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코스닥과 장외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중소ㆍ벤처기업들이 기업인수ㆍ합병(M&A) 시장으로 대거 내몰리고 있다.
이는 매각자로서는 회사수익 악화 등 경영악화에 따른 탈출구로,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금리하락에 따른 여유자금의 투자처라는 서로간의 이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A 업계에서는 M&A 시장에 나온 기업들의 경우 거의 하반기 이후 실적부진과 펀딩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또 매입하려는 측은 신규사업에 대한 불확실한 도전과 투자보다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을 싼 값에 인수함으로써 사업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큰 것으로 지적한다.
◆ 등록ㆍ상장기업 줄줄이 시장행
코스닥 등록업체로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지난해 매출액이 150억원인 이 회사는 최근 사업부진에 따른 경영악화로 지난달 M&A 중개회사인 K사에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조건은 70억원선에서 경영권을 인도하는 것이다. 또 지분은 전량이 아니지만 최대주주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전량을 인도하기로 했다.
거래소와 상장기업들이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비상장ㆍ비등록기업 중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지 못한 장외기업들이 주로 매물로 M&A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코스닥기업들의 매각의뢰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M&A 컨설팅 시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대형 M&A 중개회사의 경우 현재 100여건 이상의 M&A를 중개하고 있으며 이중 코스닥 등록기업이 10개에 달할 정도다.
김정수 한국경영컨설팅연구소 이사는 "올초까지만 해도 매각 물건이 2~3개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증시관련 매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하반기 이후 지난 7, 8월 두달 사이 매각의뢰가 들어온 기업만도 10여건이며 이중 5~6건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인터넷에서 제조업 위주로, 규모도 대형화
매각기업의 업종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인터넷 업체들이 수익성을 찾지 못해 주요 매물로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ㆍ통신장비ㆍ반도체장비ㆍ정보통신 등 제조업체들의 매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하반기 이후에는 매출액 50억원 이상의 제조업 관련 회사들이 대거 M&A 시장에 등장하고 있고 100억원 이상의 매물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등 규모면에서도 대형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업 M&A는 제조업 관련업체 50여개를 매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매출액 50억원 이상의 규모다. 동양정보통신M&A도 물량의 절반 이상이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기업이며 한국경영컨설팅 연구소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투자보다는 인수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난해 펀딩한 자금 50억원을 활용해 최근 보안관련 회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를 하자니 언제 회수될 지 모르고 그렇다고 신규사업에 진출하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예 기존업체를 M&A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L 사장은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기존 펀딩자금을 놔둘 수는 없었다"고 지적하고 "30억원 범위 내에서 관련 업체 인수를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벤처기업들, 특히 1~3년 내 코스닥에 진출한 기업들은 새로운 유망사업을 펼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들 기업들은 확고한 수익모델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등록당시 마련한 공모자금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확보 등으로 현금흐름은 양호한 편이다. 따라서 이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M&A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김병현 프런티어M&A 팀장은 "이들 기업들은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정보통신ㆍ바이오 등 장외기업을 인수해 수익모델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우량기업 인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은 더욱 확대될 듯
벤처업계에서는 금감원 신고, 자본금 규모 등 엄격한 자격을 요하는 사모M&A펀드에 의한 M&A보다는 현금흐름이 좋은 개별기업과 부티크(사설 투자단체)에 의한 M&A가 대세를 이루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손경익 유나이티드M&A 이사는 "창투사ㆍ증권사ㆍ금융회사 출신의 전문가들이 M&A 업무를 전개하기 위해 부티크를 설립하는 건수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설립요건에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부티크를 통한 회사매각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1일 벤처기업간 주식맞교환을 발행주식수의 20% 한도 내에서 가능하도록 법률안을 개정함에 따라 M&A를 통한 기업정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제우 KGI증권 연구원은 "이전에는 법인간 주식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개별법인들의 대주주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개별적으로 현금으로 인수대상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는 대규모 현금이 수반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법인간 주식교환 허용으로 M&A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송영규기자
서정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