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비정규직 법안' 인권委 의견표명 이후 되레 수세몰려

노동계 이달 입법주장에 노동부 방어하기에 급급


지난해 가을부터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처리를 위해 노동계를 압박해온 정부가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표명 이후 오히려 수세로 몰리고 있다. 최근 노동계가 앞장서 인권위 의견을 기초로 4월 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나서자 줄곧 조속한 처리를 주장해온 노동부가 오히려 방어에 급급할 정도로 처지가 역전됐다. 이에 따라 26일로 종료되는 국회 환경노동위 심의 일정을 앞두고 열리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노사정 협의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사다. 국회차원의 노사정대화 참가자인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0일 “비정규직 법안의 4월내 합의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안이 4월에 처리되지 않으면 비정규 노동자 및 노동계, 정부와 재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 노동부 관계자들이 노동계를 압박했던 것과 동일한 발언으로 한국노총이 노동부에 압력을 가한 셈이다. 민주노총도 ‘4월 처리’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인권위 의견을 기초로 조속한 시일 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려 해 반대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입법 저지를 줄곧 주장해온 민주노총으로선 상당한 입장변화다. 양 노총은 또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부 장ㆍ차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 노동계와의 정부내 협의 파트너인 노동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는 노동계가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인권위 의견에 대한 원색적인 발언을 이유로 비정규직 법안 협의과정에서 노동부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가 이처럼 공세적으로 나오자 노동부는 인권위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수습에 급급한 모습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인권위 의견대로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할 경우 노동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 안을 노동계가 고집할 경우 사실상 협의가 힘들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4월 국회 처리가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ㆍ정이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합의를 해낼 수 있느냐와 어떤 식으로 협의를 맺을지 등이 올 노ㆍ정관계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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