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별’ 촬영현장 스케치] 소금과 설탕으로 만든 눈, 주연배우들의 애드립

“눈 주세요. 눈 준비 안됐어?” “난로 열 빼던 후황을 빼서 (눈 날리는데) 사용할려니 시간이 걸리네요” “눈 계속 내려야 하는데, 언제 뺐다 꼈다 하냐? 그래서 더 준비하랬잖아!” 40여명의 스탭들은 감독의 지시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눈 준비하랴, 연속촬영을 위해 2m정도 길이의 레일을 깔으랴, 소품 준비하랴 분주하다. 이달말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는 유오성 주연의 정통휴먼멜로 `별`(감독 장형익)의 경기도 남양주시 양수리 세트장 촬영현장이 지난 7일 공개됐다. 섹스코미디와 조폭류 영화들이 유행하는 요즘 신생영화사 `스타 후룻`(대표 박형준)이 `친구`나 `챔피언`으로 강한 남자로 인상이 깊어진 유오성의 연기변신을 지켜보며 만드는 창립영화다.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영우의 사랑을 통해 남자들의 멜로물을 보여줄 `별`은 러시아 푸쉬킨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한 장형익감독의 장편데뷔작. 그가 3년여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알퐁스 도데의 `별`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사랑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의 시 같은 영화를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공개는 주인공 영우(유오성)가 첫사랑에 대한 상처와 세상에 대한 실망으로 자청해 들어간 소백산 중계소 막사가 배경. 실제 소백산 연화봉 정상(1420)에 세워진 한국통신 중계소의 막사를 그래도 양수리 세트장에 재현시켰다. 지프차 본네트를 덮을 만큼의 많은 눈이 와서 못찍고, 어느때는 눈이 안와서 못찍고 계절상황을 톡톡히 탄 영화 `별`의 세트장은 막사내부 뿐 아니라 세트장 밖도 소백산 막사와 똑같이 디자인됐다. 소복히 쌓인 눈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 꽃소금만도 600푸대. 여기에 카메라 반사를 막기위해 설탕도 200여푸대 뿌려졌다. 처마마다 달린 고드름은 개당 7만원에서 비싼 것은 20여만원 상당의 고가로 아크릴 특수 재질을 사용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똑같이 구워내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마당에 세워진 눈사람도 한 개당 80만원 상당에 이른다. 인공눈은 스티로폴 가루가 아닌 녹말분말. 실제 눈같이 뿌려지고 물기 있는 바닥에는 실제 같이 질퍽하게 쌓이기도 한다. 이날 촬영은 소백산 중계소로 처음 올라온 영우가 그곳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왔던 진수(공형진)를 처음 만나는 장면. 톡톡 튀는 개성있는 감초연기로 주목받는 공형진이 분한 진수는 소박하고 우직한 영우와 180도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이다. 특유의 낙천성과 장난기로 똘똘 뭉친 진수의 캐릭터와 사랑과 세상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점점 폐쇄되어가는 영우의 내면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촬영장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공형진의 애드립 섞인 코믹한 멘트와 액션, 유오성의 무게감 있는 내면연기로 촬영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하루라도 빨리 중계소를 벗어나고픈 진수에게 영우가 영원히 살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갑자기 진수가 밥먹다가 밥풀을 마구 튀기며 “여기는 지옥이야, 지옥! 왜 말을 안 믿는거야!”라고 큰소리를 치며 벌떡 일어나다 의자까지 넘어뜨리고는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을 치는 바람에 스탭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나오며 감독의 “컷”사인이 나왔다. 감독은 “이거 휴먼멜로 영화 맞아?”라며 그의 애드립이 싫지 않은 눈치다. 시간 짬짬이 대본을 보고, 2개월여의 촬영 기간 한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각오를 보이고 있는 유오성도 그의 오버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해 미소가 번지자, 공형진 아무렇지도 않게 “근데 당신은 왜 웃는거야?”라며 NG를 마무리한다. 생의 첫사랑이 찾아온 순간, 도 다른 생의 마지막 사랑을 떠나 보내야 하는 슬픈 운명이 눈 덮힌 겨룰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별`의 개봉은 5월 예정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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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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