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취업스터디'서도 물먹는(?) 구직자

나이 많다고…학벌·스펙 안 좋다고…<br>대학·카페운영 스터디에 회원 가입 신청해도<br>아무 설명없이 거절 일쑤 "취업도 전에 쓴맛…씁쓸"


"취업을 못한 것도 서러운데 취업 스터디에도 끼워주지 않으니 솔직히 맥이 풀리네요." 올 하반기 대기업들의 공채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취업 대비 스터디 모집이 크게 늘고 있다. 교내에 7~8명 규모의 스터디 룸 20여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학은 이 달 말까지 스터디 룸 예약이 모두 끝났다. 취업 시즌을 맞아 회원 수 131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취업카페에도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20여개의 취업 스터디 모집 글이 올라오는 등 대학가에는 요즘 취업 스터디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취업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스터디에 지원했지만 모집자에게서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스터디에서 거부당하는 이른바 물 먹은(?) 청년 구직자들이다. 취업을 하기도 전에 스터디 지원 단계에서부터 탈락의 쓴 맛을 봐야 하는 구직자들에게는 취업 스터디 열풍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홍보 마케팅 분야의 취업을 노리는 김리은(26)씨는 "스터디가 별 것도 아닌데 기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 능력을 한번 검열 받는 것 같아 썩 유쾌하지 않다"면서 "스터디마다 취업 가능성이 큰 지원자를 찾다 보니 학벌과 스펙이 좋은 학생들만 끼리끼리 모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력서에 들어갈 만한 개인 신상정보까지 알려주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스터디에서 거부당하면 불쾌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 4년생인 강민경(25)씨는 "인기 있는 스터디의 경우 면접을 봐서 뽑는다는 이야기까지 있는데 취업은커녕 스터디에서조차 낙오된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취업 스터디가 기업들의 좋지 않은 채용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취업 재수생인 이선경(28)씨는 "여성 스터디 원을 모집할 때 보면 나이가 좀 많다 싶으면 뽑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에서 암묵적으로 여성의 나이를 고려하는데 취업 스터디에서도 재현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물론 취업 스터디의 본래 목적이 취업에 있는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직접 취업스터디를 만들어 사람을 충원하고 본인도 취업에 성공한 김모(27)씨는 같은 학교 출신 중 선착순으로 5명을 뽑겠다고 올렸지만 실제 선정할 때는 스펙이 좋아 합격 가능성이 높은 사람위주로 뽑았다. 김씨는 "사실 취업을 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에서 같이 공부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취업포털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지 못해 스터디에서 탈락한 구직자들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른바 취업이 잘된다는 명품 스터디만 찾을 것이 아니라 발품을 팔고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본인이 직접 원하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꾸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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