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실패 경험도 소중한 자산"… '창업 권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패자부활시대 열린다] <상> 기업가 정신 꽃 피우자<br>실적 미미 벤처부활제등<br>연대보증등 요건 완화… 활성화 대책 서둘러야




일선 학교 등에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는 와우엠지의 설융석 사장은 올해 매출 4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 사장은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까지 나설 정도로 회사를 키워가고 있지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혀 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업에 한번 실패하는 바람에 '주홍글씨'가 새겨졌던 그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벤처기업경영재기지원제도(벤처부활제) 덕택이었다. 그는 실패한 기업인들에게 제공되는 신용회복과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극적인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설 사장은 "실패해본 기업인들은 나름의 경험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에 기회가 새롭게 주어진다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며 "경영재기를 도와주는 사회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패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 한번 실패한 기업인들이 재기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패 기업인의 부활은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어 기업가가 보유한 소중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 사회적 자산의 소멸을 막고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미국 중소기업청(SBA)에 따르면 창업 1개월 내 흑자를 내는 비율은 첫번째 창업기업의 경우 34.1%에 머무르지만 한번 실패를 경험한 뒤 재창업한 기업은 55.4%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일찍이 실패한 기업도 도덕적 문제만 없으면 다시 기회를 주는 패자부활 모델이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인 재기지원제 잇따른다=최근 정부가 실패 기업인을 대상으로 재기활동을 돕겠다고 적극 나서는 것도 실패를 용인하도록 사회풍토를 바꿔보겠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정부에서는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기업인의 재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와 신용위는 별도의 자금지원 절차나 사업성 평가를 받지 않고도 우선 채무조정과 신용회복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제도는 기존 재기지원제도가 기술성ㆍ사업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신용회복 절차가 무산되는 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지원자격 요건도 완화해 개인채무가 15억원 이내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벤처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용위와 구체안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로 이사진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보는 구상채권회수보증을 발급한 기업인이라도 신규보증을 해줄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상채권이란 기업인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갚지 못해 기보가 대신 갚아준 경우 생기는 채무관계로 기존에는 한번이라도 구상채권이 생기면 기보보증을 이용할 수 없었다. ◇패자부활제 아직은 '바늘구멍'=기존의 벤처부활제와 재창업지원제도의 경우 재기실적이나 신청건수가 워낙 미미하다 보니 제도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줄곧 제기돼왔다. 벤처부활제의 경우 지난 2005년 시행된 후 현재까지 16개 기업이 신청해 단 2곳만이 지원을 받았으며 재창업지원제도는 올 3월 실시된 후 현재 57개 기업이 신청해 11개 기업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승인을 받았다. 이중 4곳은 신용위의 채무조정 절차까지 거쳐 지원이 결정된 상태다. 재창업지원제의 경우 승인비율 자체는 비교적 높지만 신청 수요는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게 운영기관 측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 자체가 덜 알려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까다로운 조건이 신청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기업인 입장에서는 과거 신용상태까지 들여다 보는 등 번거로운 점이 많아 기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걸림돌 해소해야=업계에서는 이 같은 저조한 신청이 무엇보다 기보 등 보증기관의 연대보증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보를 통해 대출보증을 받을 경우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게 되는데 이는 재기지원제도를 통해 신용회복 절차를 거치더라도 법원의 채무불이행자 등록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아울러 기보를 통한 보증채무는 일반 금융기관 채무와 달리 원칙상 탕감이 불가능하며 상환연장이 유일한 조정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재 구조는 사실상 재기할 수 없도록 차단막을 설치해놓은 상황"이라며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로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보 측은 일부 기업인들이 자칫하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행 화의제도 등과 상충되는 부분도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대부분 신용보증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재기를 원하는 기업인의 사회경제적 기여 정도를 파악해 채권규모보다 사회기여도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어느 정도 상황을 고려하는 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중경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도 "현재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건전한 실패'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좋은 사업 기회를 가지고 재기할 경우 성과가 날 때까지 기보가 구상권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유예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창업의 특징은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라며 "벤처는 항상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재기할 수 없다면 기업가정신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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