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김기호 예스24 사장

"회사 규모보단 발전 가능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대기업 임원서 벤처기업 사장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당찬 도전
전자책·모바일등사업 시너지 통해 5년내 '매출 1조 클럽' 합류 목표
"직원들 뒷바라지가 제 역할이죠"
"요즘 젊은이들은 크고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3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그 사업이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있느냐더군요." 지난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서점인 예스24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기호(51ㆍ사진) 사장은 LG그룹에서 근무했던 샐러리맨 출신이다. 그런 그가 온라인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자 주변에서는 갸우뚱하는 시선이 많았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그는 "규모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나 자신이 얼마나 즐겁게 일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이북 출신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아버지가 인천에서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했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전자공학과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우연찮게 007가방을 들고 해외 바이어와 상담하는 무역맨이 멋지게 보이더군요. 1970년대는 수출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원의 10%를 예비고사 성적으로 특차전형하는 경영학과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렸어요.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요." 하지만 그의 대학생활은 기대만큼 낭만적이거나 학구적이지도 못했다. 10ㆍ26 사태와 1980년 서울의 봄을 겪으면서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수업일수보다 휴업일수가 더 많았던 시절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니까 3학년 2학기더군요. 1학년과 2학년 성적은 리포트로 대체해 적당히 받기는 했는데 교수님들한테 제대로 수업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네요. 4학년 때는 취업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무역맨을 꿈꾸던 김 사장은 LG화학(현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화학산업보다 무역에 입문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지만 새롭게 조직된 화장품사업부에 배치됐다. 당시는 방문판매 화장품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인데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제품도 전무한 상태라 대기업들도 2~3년 동안 한 브랜드를 사용하고 나면 폐기처분하고 다른 브랜드로 대체하기를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처럼 브랜드 파워를 키운 화장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첫 시도가 바로 1980년대 후반 소피 마르소를 모델로 내세운 '드봉(DeBON)' 브랜드다. '유 콜 잇 러브' '라붐' 등 영화의 국내 개봉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소피 마르소의 CF 출연 이후 드봉 화장품은 기존의 하위권에서 벗어나 업계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런 기세를 몰아 현재 LG화학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이자녹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1997년 봄 회장실 산하 경영정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홈쇼핑이나 패션ㆍ유통ㆍ스포츠ㆍ호텔 등 서비스사업을 총괄관리하는 부서였는데 IMF 사태로 경영위기가 오자 구조조정본부로 전환됐다. 김 사장은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부서원 모두가 차장급 이상인 만큼 각자 맡은 일을 알아서 해내야 하는 구조였고 핵심 이슈가 나오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일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노하우도 당시에 익혔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쇼핑이 서서히 부상하던 때 GS홈쇼핑(당시 LG홈쇼핑) EC사업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은 그는 고객 편의를 위주로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대부분의 인터넷쇼핑몰은 텍스트 위주로 구성돼 있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야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이용 방식이 얼마나 불편합니까. 그래서 메인 페이지에 모든 정보를 최대한 넣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당시 조사자료를 보니까 인터넷 화면이 바뀌는 데 최대 5초까지는 고객이 인내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5초 안에 모든 화면이 뜨도록 만든 거지요. 플래시게임도 넣어서 방문객들이 무료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지요." 홈페이지 개편 2년여 만에 GS홈쇼핑은 종합 인터넷쇼핑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GS홈쇼핑 신사업부문장(전무)을 맡았던 그는 2009년 GS강남방송 대표이사 전무로 자리를 옮기며 영상매체의 실무를 제대로 익혔다. 그러던 그가 9월 예스24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대기업에서 굵직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다가 인터넷 기반의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그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한다. "GS홈쇼핑 신사업부문이나 GS강남방송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더군요. 입사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빠른 편이었고 그룹의 주요 보직에서 중요한 일도 맡아봤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는 시기에 접어드니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예스24라는 회사의 비전을 믿었다고 말한다. "예스24는 온라인서점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형만 부풀린 업체들과 달리 온라인서점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확고한 인지도와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강한 기업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최고경영자(CEO) 자리 제의가 왔을 때도 결심이 빨리 섰습니다." 대기업과 비교해 예스24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에게 예스24의 첫인상은 활력 넘치는 조직이었다. 대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활기가 있고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신념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예스24의 인재 육성시스템에 대해서도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회사는 도서 파트의 상품기획자(MDㆍMerchandiser)가 들어오면 콘텐츠팀에서 1년 가까이 비즈니스 실무를 익히고 선임 MD 밑에서 일을 배운 후 2~3년 정도 지나야 지원부서에 배치를 받는다. 이처럼 트레이닝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다 보니 예스24 직원들은 균일한 역량을 갖추게 되고 출판사와 일할 때도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지난달 김 사장은 전 직원들과 함께한 워크숍에서 '도서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5년 내 1조원 클럽'에 합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760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예스24는 2006년 매출 2,000억원에서 5년 만인 올해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6년에는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스24는 현재 국내 인터넷서점의 4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1위 업체입니다. 국내 도서시장이 2조 6,000억원대에서 정체되고 있지만 온라인 비중은 아직 40%에 불과해 추가 성장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특히 주력사업 분야인 도서 외에도 음반ㆍDVD와 티켓ㆍ전자책ㆍ모바일 등 디지털콘텐츠를 포함한 전 사업부문의 시너지를 통해 향후 5년 내에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특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책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전자책 종수 확대, 뷰어 개선, 장르 문학 강화 등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휴 확대를 통해 B2B 영역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예스24의 수장으로서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대기업이라면 CEO는 당연히 직원들을 이끌고 간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벤처기업은 다릅니다. 오히려 각 구성원이 제 역할을 100% 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 김기호 사장은
▦1960년 경기 김포 ▦1983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LG화학 화장품사업부 마케팅팀 입사 ▦1997년 LG구조조정본부 경영정책팀 부장 ▦2000년 GS홈쇼핑 EC사업본부장 ▦2008년 GS홈쇼핑 신사업부문장 ▦2009년 GS강남방송 대표이사 전무 ▦2011년 GS홈쇼핑 자문역 ▦2011년 9월~ 예스24 대표이사 사장
年300회 '작가와의 만남' 등 독서문화 조성에 앞장
■ 예스24는
해외 도서 기증활동도 활발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서점 예스24는 건전한 독서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과 함께하는 문화 만들기'가 바로 그것. 이를 위해 매년 300회에 달하는 '작가와의 만남' 같은 상시 이벤트와 굵직한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예스24 문학캠프'는 해마다 황석영ㆍ신경숙ㆍ김훈 등 국내 대표 작가들과 독자를 초청해 강원도ㆍ충청도 등을 방문, 우리 문학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올여름 8회째를 맞은 예스24 문학캠프에서는 공지영 작가와 젊은 작가들이 독자 200명과 함께 지리산 일대를 방문했다. '예스24가 선정한 올해의 책'은 네티즌과 출판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연말의 도서축제다. 매년 연말 그해 출간된 책 120권 가운데 네티즌 투표로 가장 인기 있는 책을 선정하고 우수한 책을 출간한 작가와 출판사를 격려해왔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참여하는 만큼 도서 관련 온라인투표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로 9회를 맞아 출판계 대표 행사로 권위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로는 '예스24 어린이독후감대회'가 있다. 유치부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국 규모의 인터넷 독후감 대회로 어린이들이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 습관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시작됐다. 예스24는 국내 독서환경 조성과 더불어 한글과 한국 문학의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해외 도서 기증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 일환으로 2009년부터 해마다 베트남 전역의 각 대학 한국어과에 한글 교재와 우리 문학작품을 기증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1만5,000권을 전달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베트남인에게 우리 문학과 한글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한국의 대표 작가'와 '젊은 작가'를 네티즌 투표로 선정해 작가의 대표작 영문본을 해외 도서관에 보내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북미ㆍ유럽ㆍ아시아 등 전세계 200여개국 대학 및 국립 도서관에 총 2,000권 이상을 기증했다. 김기호 대표는 "예스24는 앞으로도 건전한 독서문화 조성과 한글 및 우리 문학의 국제적인 위상 확립을 위해 대내외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닝으로 스마트폰서 책 읽기 편해졌어요"
■예스24만의 새 디지털 콘텐츠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 앱 선봬
200권서비스… 전용 스튜디오도 갖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100만명이 넘는 독자들과 만났다. 이들 가운데 예스24에서 책을 구매한 독자들은 김 교수가 직접 책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예스24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북러닝(Book learning)' 덕분이다. 북러닝 서비스는 저자가 직접 책 내용을 설명하는 예스24만의 독자적인 동영상 서비스다. 북러닝은 종이책 한 권을 저자 혹은 역자가 직접 내용을 소개하는 10분 단위의 동영상 클립 5~6개로 구성됐다. 평균 50분이면 PC나 모바일단말기의 예스24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동영상으로 읽는 책인 셈이다. 예스24는 급격하게 변화 중인 출판환경에 맞춰 텍스트 기반의 전자책을 멀티미디어 형태의 디지털콘텐츠로 진화시켰다. 북러닝은 전자책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전자책에 이어 새로이 출현한 독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 2월부터 예스24는 북러닝 서비스가 가능한 도서를 구입하는 독자에게 해당 도서의 북러닝 패키지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롯해 문은희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정재승 교수의 '쿨하게 사과하라', 개그맨 이윤석의 '웃음의 과학' 등 신간 중심으로 약 200권가량이 서비스되고 있다. 예스24는 북러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북러닝 서비스 전용 스튜디오를 갖추고 대본 작가와 촬영 전문가, 편집자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9월 안드로이드 앱에 이어 10월 초에는 아이폰 앱까지 북러닝 전용 앱을 출시해 출퇴근하거나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북러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북러닝을 통한 매출 견인효과도 가시적으로 확인된다. 종이책과 영상책을 1+1로 증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러닝 서비스 도서판매량이 15%가량 증가했다. 예스24는 북러닝 서비스가 총알배송, 최저가 서비스와 함께 예스24만의 3대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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