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스페인 대표적 교육 투자 성공국"

"모든 자본 가운데서 가장 가치있는 것은사람에게 투자된 것이다"(19세기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 도이치방크 연구소는 최근 "2020년의 글로벌 성장 중심들"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야말로 현대 경제에서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제하고 한국과 스페인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과 스페인의 부모 세대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지난 수십년 동안 자녀 세대들의 교육 수준이 대폭 향상됐다면서 교육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돼 있는 것이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치방크 연구소는 인도와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갈수록 인적 자본에대한 투자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어 고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교육열이나 투자가 저조, 2020년까지 남은 15년 동안 인적 자본의증가율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독일이 안고 있는 제도적, 이념적인 장애물이변화의 속도를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보고서 주요 내용 ◇교육은 `백년대계'= 벤저민 프랭클린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이익이 많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는 저서 '인적 자본론'을 통해 `교육은 투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인적 자본은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따른 급격한 구조적 변화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이를 깨닫고 구조적 변화에 대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다. 인적 자본의 확대는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킨다. 교육 기간이 1년 늘어나는데 따른 개인 소득의 증가는 최저 5%에서 최대 15%에 이른다는, 다양한 추산들이 있다. 이처럼 적지않은 이익은 교육에 대한 사적인 투자 의욕을 자극한다. 사적 이득에 의한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감안한다면 경제와 사회가 얻는 이득은 더욱 클 지 모른다. 교육은 공공선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투자 이익의 대부분은 개인들에게 돌아가며 개인들이 그 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개인이 투자의 과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경우에 세금을 통한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 빈곤층의 교육 향상은 개인은 물론 국가에공히 빈곤 추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다. 애덤 스미스는 사회적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교육을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정부의 주된 역할로 규정했다. 이는 경제학이 안고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스미스의 해답이기도 했다. 부자에게서 빈자에게로 부를 이전하는 것보다는 동등한 교육 기회가 사회 평화를 위해 보다 지속가능한 수단이다. 교육 투자에 따른 이득을 과도한 누진세로 억눌러서는 안된다. 그러나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기여, 즉 수업료를 요구해야 한다.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은 성공적인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할 것이다. 교육기관의 자율, 상호 경쟁은 학부모와 학생 본인들이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과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다. ◇인적 자본이 경제성장 촉매= 장기적 측면에서 인적 자본이 10% 증가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9%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인적 자본을 확대하는 경제정책을 편다면 GDP 성장률도 자연히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독일의 GDP성장률이 지난 1980년 이후로 계속 부진한 것은 교육의 정체에서 비롯된 탓도 있다. 보고서에서는 '25-64세 노동인구의 평균 교육 이수기간'을 인적 자본을 분석하기 위한 최상의 척도로 삼고자 한다. 교육의 질을 따지는 것은 장점보다 약점이 많아 분석 모델에 포함시키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다. 노동인구의 평균 교육 이수기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세계 34개국을 비교한 결과, 독일은 평균 14년으로 가장 길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고교 졸업률은 OECD 평균인 60%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노동인구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독일의 또 다른 문제가 노출된다. 독일의 25-34세 연령층의 대학 졸업률은 55-64세 연령층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스페인은 55-64세 연령층의 대학 졸업률은 10%지만 25-34세 연령층의 40%에 육박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55-64세 연령층의 대학 진학률은 스페인과 비슷하지만 25-34세 연령층은 40%를 상회한다. 대학 진학률도 또 하나의 좋은 비교 지표다. 핀란드가 가장 높고 한국과 미국이 그 다음이다.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 일본은 증가율이 정체돼 있어 인적 자본의 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 진학률이라는 지표를 신흥경제권에 적용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브라질과터키, 중국, 인도의 중등교육 진학률 증가 추세를 보면 이들의 교육 투자가 상대적으로 역동적임을 알 수가 있다. 인도의 중등교육 진학률은 1980년대 초에는 30%선에 그쳤지만 현재는 50%선을가리키고 있고 공공투자도 GDP 대비 4%선으로 올라섰다. 신분제도상 하층민의 교육기회 향상,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확대 추세도 바람직한 여건을 구성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이 종식된 이후 교육이야말로 인종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각성을 얻었다. 노동인구의 평균 교육 이수기간은 2020년에는 현재보다 30%가 늘어난 11년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투자는 지난 2000년 현재 프랑스와 비슷한 5.7%였다. 중등교육 진학률도 85%로 높은 편. 다만 에이즈의 확산이 골칫거리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상당한 재정 자원이 요구된다. 2000년 통계를 보면 덴마크의 공공 투자는 GDP 대비 8.5%에 달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1.5%에 불과했다. 독일의 투자 비율은 5.3%지만 현상 유지를 하는데 필요한 수준일 뿐이다. 공공투자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교육 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지난 2001년에 그 비율이 40%에 달했다. 물론 투자 확대가 반드시 인적 자본의 수준이나 교육의 질적 향상을 보장하지는않는다. 핀란드의 공공 투자는 5.8%로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력평가 `PISA'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분석 지표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평생교육과 기업들의 사내 교육도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 기업들은 매년 사내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돈은 GDP의 2%에 이른다고 한다. 독일의 투자 소홀은 여러 군데에서 드러난다. 독일 IW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물적 자본 규모는 20%가 늘어났지만 인적 자본은 이 기간 거의 정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1991년부터 2001년 사이에 독일의 1인당 평균 실질 인적 자본 가치는 겨우 3%증가한 2만8천 683달러였지만 스페인은 20%가 증가한 2만7천533달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구상의 많은 국가들은 인적 자본을 현저하게 증대시키고 있다.이들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스스로 인적 자본을 확대하거나 아니면소득 수준의 하락을 택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과 스페인은 모범= 단일 학제를 택했고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 한 것이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한국이나 스페인에서 교육이 장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강하고 수업료 등의형태로 민간 부문이 지출하는 돈이 적지 않다는 것은 독일과 다른 점이다. 한국과 스페인이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은 정치적 노력의 결실이었다. 스페인은1975년 프랑코 정권이 끝나기 전부터 인적 자본의 급증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1970년 6살에서 14세로 의무교육 기간을 법으로 정해놓았고 1978년에는 헌법에교육을 받을 권리를 포함시켰으며 1983년에는 대학에 재정 및 학사의 자율을 부여하는 개혁안을 도입했다. 1990년에는 의무교육의 상한선을 14살에서 16살로 높였다. 스페인의 대학교는 1965년에 겨우 18개였지만 2000년에는 무려 86개로 크게 늘어났다. 대학생도 17만 명에서 160만 명으로 덩달아 늘어났다. 청년층의 대학 졸업률은 40%선에 이른다. 45-55세 연령층의 경우는 17%. 스페인의 공공투자는 지난 2001년 기준으로 4.9%에 그쳐 OECD회원국 가운데서는가장 낮다. 중.고교의 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향후 투자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유지하는 있다는 것이 투자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여건이 되고 있다. 스페인의 인적 자본 수준은 향후 15년 간 약 20%가 늘어난 13.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코 정권 시절에는 취학률이 높은 대신 학력 수준이 낮은 것이 문제였다. 스페인 노동인구의 평균 인적 자본은 급상승할 것이다. 한국 노동인구의 평균 교육 이수 기간은 13년. 지난 1985년과 비교하면 20%이상이 길어졌다. 70년대에 7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의무교육의 상한성은 14세이지만 고교 졸업률은 95%로, OECD 국가에서는 최상위다. PISA에서도 핀란드와 일본 다음으로 평가될 정도로 학력 수준도 높다. 다만학생들의 창의성이 부족하며 혁신이 결여돼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고등교육기관은 1975년에 290개였지만 2003년에는 1천400개로 급증했다. 학생수도 24만 명에서 360만으로 늘어났다. 25-34세 연령층의 약 40%가 3차 교육기관 이상을 마치고 있다. OECD 평균은 28%. 정부 예산의 약 20%가 교육 부문에 투입되고 있다. GDP와 비교하면 8% 이상에달한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민간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등교육에 지출되는 돈은 그 80% 이상이 민간의 부담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개혁의 역점이 초.중등 학교 취학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어 중등교육의 확대 정책을 폈고 1980년대 이후로는 정책의 중심이 양적 성장에서질적 성장으로 전환됐다. 한국 정부는 서비스 기반 경제 육성과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인적 자본 수준에서 세계 6위다. 앞으로 15%가 성장한다면 일본과독일을 따라잡는다. PISA에서 한국이 3위를 차지한 것도 질적 향상을 뒷받침한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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