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국민은행부터 직방까지… 골드만삭스, 될성싶은 기업 콕집어 투자

외환위기 이후 17년 동안 한국 미래 성장업종 투자

'O2O'시장 고성장에 주목… 작년부터 관련사 러브콜

한국담당 대표 전무 승진… 국내 투자 확대 가능성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직방', '배달의 민족' 등 국내 'O2O'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O2O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Online to Offline)'의 줄임말로 정보 유통 비용이 저렴한 온라인과 실제 소비가 일어나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개념이다.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오프라인과 연계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낼 잠재력이 풍부한 분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가 나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O2O 시장 육성을 명시한 것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넛크래커' 상태인 한국경제의 미래 돌파구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조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해온 골드만삭스는 이미 지난해 대표적인 O2O 기업인 '쿠팡'의 투자유치의 주관업무를 맡았다. 골드만삭스는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을 주관해 3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수수료 수익에 고무된 골드만삭스는 이후 한국의 '될성싶은 기업'에 대해 자기자본(PI)투자로 선회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400억원을, 지난 15일에는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서비스 앱 '직방'에 380억원을 투자했다. 골드만삭스 이외의 다른 외국계 IB들도 다양한 국내 O2O 기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는 이달 들어 각각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간사로 선정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자본 유치를 추진 중이다.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외국계 IB들이 국내 O2O 기업에 연이어 투자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였던 국내 O2O 시장은 앞으로 최대 32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O2O 시장의 성장성은 무한한 빅데이터 수집과 사업의 확장성에 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지역과 연령에 따른 주문 패턴 등을 파악하면 새로운 사업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사업의 확장성은 단순히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IB들이 성장정체 구간에 진입한 한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O2O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국내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위험이 높은 스타트업 기업이 많은 O2O 시장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가 높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IB들이 국내 O2O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자본시장이 해소해주지 못한 자금유치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의 투자 유치만으로도 해외에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브랜드파워가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동안 한국 기업에 투자해 오면서 한국 시장에 새로운 산업을 도약시켜왔다. 골드만삭스는 1999년 외환위기 극복과정 중에 국민은행에 총 5억달러(약6,000억원)를 투자했다. 외환위기로 국내 금융업이 주저앉은 상황에서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자 한국의 금융업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확 달라지기도 했다. 또 2005년에는 하나은행이 금융지주사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금융산업 재편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챔피언 기업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기업의 성장성을 미리 예견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을 글로벌 챔피언 기업으로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2004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의 지분 30.5%인 1,400억원을 투자해 4년 만에 기업 가치를 4배까지 끌어올려 맥쿼리에 매각했다. 2008년에는 풍력타워 기업인 씨에스윈드에 472억원, 2009년에는 의약품 유통회사 지오영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1일부터 골드만삭스 계열의 사모펀드(PEF)인 골드만삭스PIA의 이재현 한국 담당 대표를 상무(director)에서 전무(managing director)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부문(IBD)에서 PIA로 옮긴 지 3년 만의 승진이다. 이 대표는 지난 3년간 지오영 지분 매각, 씨에스윈드 상장 등으로 투자 회수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대성산업개발과 배달의 민족 투자를 주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 담당 대표가 상무에서 전무로 승격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골드만삭스 상위 6%에 들어가는 고위직급에 한국 담당 대표가 포함된 만큼 골드만삭스의 국내 투자는 더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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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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