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북미.유럽항로 선박운임급등] 일부 수출업계 선적중단까지

『이렇게 운임이 올라가면 타이어·가전·석유화학·섬유와 같은 주력품목의 수출은 사실상 어렵게 됩니다.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이달들어 북미·유럽항로의 선박운임이 크게 오르면서 타이어를 비롯해 냉장고·TV·전자레인지·섬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들의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당장은 지난 4월까지 컨테이너 야적장에 입고된 물건들이 선적되고 있어서 이렇다할 변화는 없다. 하지만 야적장 입고 물량이 모두 선적되고 나면 막대한 선박운임 부담으로 「부피가 크고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들」의 수출 길이 고스란히 막힐 위기에 처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일본이나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방식으로 수출하는 동남아지역 국가들과 달리 최근 자가브랜드 제품수출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낮은 마진률을 감수해왔기 때문에 이번 운임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이중에서도 피해가 큰 품목은 차량용 타이어를 비롯, 가전·석유화학·섬유 등 전형적으로 부피는 큰 반면 마진율이 낮은 품목들. 컨테이너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타이어의 경우 원가부담이 높아 업계는 선적을 중단하고 정부쪽의 조치만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현지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손익구조를 재점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50%대에 달하는 인상율을 극복하기는 역부족. 업계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북미수출물량의 절반정도를 수송하고 있는 국내선사들 만이라도 급격한 가격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운임 인상에 직접적으로 맞서는 적극적인 대처 움직임도 있다. 부산지역 수출업체들은 운임 인상에 맞서 무역업체와 선박회사를 연결, 값싼 운임으로 운송협상을 대행해주는 단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부는 부산지역 5,300여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 가칭 「부산화주협의회」를 설립할 계획인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무역업체들의 호응도가 폭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수출할로 운임 인상에 따른 업종별 움직임과 대처방안을 알아본다. ◇타이어=북미항로 운임 인상에 따라 한국과 금호·우성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현지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손익구조를 재점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컨테이너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타이어는 이번 운임인상으로 컨테이너 한대당 1,500달러에서 2,400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피크타임 운임이 적용되는 6∼11월에는 300달러가 더 추가돼 2,700달러로 뛰어오르게 된다. 업계는 선적을 중단하고 정부쪽의 조치만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선사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북미수출물량의 절반정도를 수송하고 있는 국내선사들 만이라도 급격한 가격인상을 자제해야 된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타이어 3사가 지난해 북미지역에 수출한 금액은 약 3억500만달러로 전체 수출물량 13억4,600만 달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지난달까지 톤당 82달러 수준이던 북미지역 운임은 135달러로 53달러나 급등했고 톤당 113달러 수준이던 유럽항로 운임도 133달러로 20달러가량 올랐다. 현재 유화업계는 석유화학제품을 팔아서 남는 이윤이 톤당 10∼20달러에 불과한 실정. 하루아침에 53달러나 운임이 오른 상황에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셈이다. 지난해 전체 유화제품 수출 가운데 북미와 유럽지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각각 7.6%와 3.9% 수준으로 총 7억6,200만달러에 이른다. 석유화학협회 박훈상무는 『이제 북미나 유럽지역 수출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상운임 인하를 위해 정부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전제품=북미시장은 국내 가전업체들이 연간 2조원 이상의 제품(반도체·통신 제외)을 수출하는 최대 시장이다. 업계는 이번 운임 인상으로 이 지역에서 그나마 강점을 가졌던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고, 이것이 수출감소로 직결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특히 부피가 커 제품당 원가부담이 크게 올라갈 냉장고·에어컨·TV·전자레인지 등의 수출은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인상분을 이들 제품가격에 반영할 경우 미국산이나 유럽산과 비슷한 가격대로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섬유=섬유류 전체 수출 중 20%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지역 운임 인상은 어떤 형태로든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 기존의 관행을 감안할 때 바이어들이 운임 인상분을 국내 제조업체에 떠넘길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형기 신성통상 기획부 차장은 『섬유 제품은 가볍고 부피도 작은데다 FOB 비중이 높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바이어들의 물류비 공동부담 및 인도조건 변경 요구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부산=유흥걸 기자 HLRYUH@SED.CO.KR,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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