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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大賞] 계획건축물부문대상, 아날로그 칩

디지털적 지하철에 아날로그 공간 덧입혀

201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부문대상 수상작인 '아날로그 칩'은 소외된 약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건축을 재해석한 공간구조를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원석(왼쪽부터), 허은영, 김태선씨.

21세기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주요 키워드는 디지털(Digital)이다.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의 개념이란 더 이상 수치적, 기술적 모습과 방법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디지털 기술과 방법이 만들어낸 주제, 내용물, 즉 콘텐츠라 칭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디지털개념에 빚을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0과1의 반복적인 디지털신호가 보여주듯 '더 빠르게, 편하게'라는 디지털 이념은 도시의 지하철 인프라와 맞아 떨어진다. 사람들은 거대한 디지털 인프라 스트럭처를 통해 이동한다. 지하철은 매우 통합적이고 정형화된 공간 형태가 반복되며 그 이면에는 아날로그가 부재된 공간들이 존재 하고 있다. 디지털 패러다임에 입각한 지하철 공간의 특성은 기계주의적인 모습과 차가운 속성, 그리고 이동이란 의식 등에 의해 각 공간에 있어서 중간적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존재며 이러한 디지털적인 지하철의 특성은 인간에게 불안한 요소로 인식되어 급격한 변화 속도에 맞추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끊임없는 긴장과 행동에 있어서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아날로그한 공간이 필요하다. 정형화된 지하철의 유휴공간을 찾아 일부분을 잘라내고 덧붙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턴테이블과 프로그램 박스는 도시전반에 끼어들어 갈 수 있도록 디지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기능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아날로그 칩은 인간에게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유도해 도시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굳어진 공간을 긁어내며 사회적 소통을 위한 이벤트를 제공하게 해주는 장치다. 아날로그 칩의 삽입은 단순한 과거로의 후퇴, 불편함의 고통을 추구함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의 회유이며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소통의 단절 속에서 인터페이스 장치의 역할과 더불어 도시전반에 걸쳐 적용이 용이한 프로토타입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신호와 다른 0과1사이의 '여백과 공간'이 소통과 각각의 공간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과 '다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소외된 약자위한 공간 담는데 심혈… 공모전 대상에 걸맞는 건축가 될것"
단국대 건축학과 김태선·우원석·허은영씨 "공모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세 명 모두 처음입니다. 그동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팀원들이 서로 의지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아 굉장히 기쁩니다."(김태선)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태선씨와 우원석ㆍ허은영씨는 팀원들 간의 끈끈한 우정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원석씨는 "서로 졸업논문과 작품준비로 바쁜 상황이었지만 각자 학업이 끝나고 시간을 쪼개 작품을 만들었다"며 "저학년 때부터 매우 친했던 사이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여한 공모전 가운데 가장 즐겁게 참여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출품한 '아날로그 칩'은 평소 이들이 가지고 있던 '소외'에 대한 생각을 건축 구조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허은영씨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소외된 약자들이 지하철이라는 공통의 공간에서 잠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을 건축물로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각자 학년과 나이가 다른 이들은 이번 수상이 건축이란 세계로 한발 더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영씨는 "아직 학부 2학년생이라 건축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며 "건축과 일상생활의 중간점을 잘 찾아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싶다"고 답했다. 학부 졸업반인 우원석씨는 "장래에 대해 한창 고민하고 있다"며 "좀 더 건축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외국이나 국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김태선씨는 "대학원 논문을 마무리 하고 설계 사무소에 들어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며 "공모전 대상에 걸맞는 건축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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