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구촌은 지금 신한류 홀릭] <상> K팝 열기, 다음은 중남미다

■ 창간기획<br>거리·문화적 차이마저 초월… 한국 가수들에 잇단 러브콜… 세계가 들썩<br>페루·브라질·멕시코에서도 소녀시대·슈주등 인기 폭발 "불모지에 한류 개척 시험대"<br>"팝의 본고장 美진출 교두보" 문화원 개설·플랫폼 구축등 정부·기업 투자·지원 나서야



#1. 지난해 말 브라질리아 청소년 2,826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노래 선호도 조사에서 슈퍼주니어가 1위에 뽑혔다. 슈퍼주니어는 브라질에서 음반을 낸 적도, 공연을 한 적도 없다. 브라질 TV의 방송 진행자는 "한국 가수들은 쇼 한번 안 하고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매체를 통해 브라질 청소년의 새로운 우상이 됐다"고 전했다. #2. 비스트ㆍ포미닛ㆍ지나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이르면 오는 9월 남미에서 합동공연을 열 예정이다. 현지에서 이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ㆍ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도 남미 공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K팝의 열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휩쓰는 가운데 다음 개척지로 중남미가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을 타고 자발적으로 퍼진 K팝의 열기가 문화적 차이도, 물리적 거리도 초월해 지구 반대편에서 팬을 키워온 것이다. 하지만 중남미는 아시아나 유럽과 달리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현지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 시장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개척지를 대하는 K팝의 전략, 나아가 한류의 성장 잠재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한류 '반짝현상' 아니다=지난 3일 페루의 수도 라마에서는 한류 팬 4,000여명이 모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페루에서만도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페루의 K팝 열풍은 사실 뿌리가 깊다. 이미 2006년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 페루에서는 SNS 확산에 힘입어 K팝 한류에 불이 붙었다. 브라질ㆍ멕시코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한국문화의 날' 행사에는 브라질 10대들로 구성된 한국음악 마니아들이 한국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재현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미스 브라질 선발대회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이 단체로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멕시코 공영방송 TV인 멕시쿠엔세(Mexiquense)에서는 2002년 '별은 내 가슴에'를 시작으로 '겨울연가(2005)' '내 이름은 김삼순(2007)' 등 한국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방영해왔다. 현재 멕시코 중북부에서 활동하는 한류 팬클럽만도 20여개, 회원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이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져 중남미 최초로 멕시코 나야리트주 주립대에 한국학 학부과정이 개설될 예정이다. ◇미국시장 본격 진출의 교두보 마련=현지 공연이나 마케팅 없이도 K팝이 약진하자 미국시장도 점차 K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던 퀸시 존스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한국 가수들이 서구시장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걸그룹 투에니원(2NE1)과 함께 앨범 작업을 했던 세계적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프로듀서 윌아이엠도 미국의 한 방송 인터뷰에서 "투에니원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슈퍼스타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생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K팝에 대해 미국도 시장성을 확인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그동안 세븐ㆍ보아 등 미국 진출에 도전한 가수들은 노력에 비해 결과가 미미했지만 지금의 K팝은 중남미를 교두보로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민관 협력의 콘텐츠 투자ㆍ지원 필수=자생적으로 K팝 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이를 더욱 확대ㆍ정착시키려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중남미 지역의 경우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한국문화원이 없다. SM타운의 6월 유럽 공연 때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취약점으로 꼽힌다. 다행히 정부도 중남미시장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올 하반기 멕시코, 오는 2013년 브라질에 문화원을 개설할 예정이다. 김종율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조만간 대중문화팀이 따로 신설돼 한류를 총괄할 계획"이라며 "중남미 진출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가 업계와 리스크를 함께 감수한다는 각오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와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주된 과제다. 현재 중남미 팬들이 K팝을 접하는 방법은 SNS와 불법 다운로드밖에 없는 상황. 저작권 보호도 문제지만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수 없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음원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K팝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류는 대기업들의 수익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기업들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문효진 박사도 "K팝 열풍은 이제 시작단계로 당장의 경제성에 급급하지 말고 외연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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