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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차 한잔] 박갑정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

"연내 진공청소기 시장 빅3 진입"<br>가전 유통망 550개로 늘려 시장 공략 강화<br>고가 제품으로 승부… 작년 매출 90% 신장<br>질적 경쟁 주력 "고객만족 브랜드 만들 것"


[CEO와 차 한잔] 박갑정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 "연내 진공청소기 시장 빅3 진입"가전 유통망 550개로 늘려 시장 공략 강화고가 제품으로 승부… 작년 매출 90% 신장질적 경쟁 주력 "고객만족 브랜드 만들 것"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고객이 가장 만족하는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그룹인 일렉트로룩스의 한국법인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박갑정 사장은 “규모의 경쟁보다는 질적인 경쟁에 중점을 두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03년 1월 일렉트로룩스코리아를 맡은 후 나름대로 한국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강남 논현동 선민빌딩 4층에 위치한 일렉트로룩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은 직원들과 맨투맨 회의를 한창 벌이고 있었다. 회사 규모가 아직 작다 보니 박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마케팅 책임자에 군기반장 역할까지도 맡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자가 사무실 옆 창고에 수북이 쌓인 진공청소기를 보자 박 사장은 “사무실이 좀 어수선하지만 벤처기업 같은 생각으로 뛰고 있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국내에서 진공청소기ㆍ스팀청소기 등의 헬시홈 제품을 비롯, 로봇청소기ㆍ오븐토스터ㆍ커피메이커ㆍ바비큐그릴 등 소형가전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중 진공청소기는 전체 매출의 8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렉트로룩스가 전세계 냉동ㆍ냉장고 점유율 1위, 세탁기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외형을 자랑하는 것에 비하면 일렉트로룩스코리아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판매제품이 주로 소형가전에 맞춰져 있다 보니 회사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한없이 느긋하기만 하다. 일렉트로룩스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고객이 일렉트로룩스 제품을 한번만 써보면 반드시 일렉트로룩스 고객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박 사장의 올해 목표는 국내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삼성ㆍLG전자에 이어 빅3로 올라서는 것이다. 박 사장은 “목표달성은 어렵더라도 3위를 위협하는 수준은 충분할 것”이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90%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 역시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도 없이 전적으로 할인점 등의 유통망에 의존하고 있는 일렉트로룩스코리아로서는 놀라운 실적이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가 이처럼 꿋꿋하게 성장을 하는 데는 중저가 모델은 전혀 취급하지 않고 철저하게 고급가전 제품으로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박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는 제조사가 어느 정도 소비자의 트렌드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일렉트로룩스는 소비자 중심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일렉트로룩스의 경우 99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냉장고를 개발했지만 소비자 모니터링을 통해 냉장고와 인터넷이 접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을 알고 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소비자 관점(Consumer insight)이라는 제품 개발 정신이 뒷받침되고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요즘 현장 마케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품의 강점을 고객이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 현장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박 사장은 시간만 나면 할인점 매장에 들러 현장 마케팅에 참석하고 직접 시연해 보이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핀다. 차기 모델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또 고객들의 수기공모를 마케팅 전략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박 사장은 “고객들의 입소문이 마케팅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며 “고객들의 만족도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렉트로룩스는 현재 460개의 유통망을 올 연말까지 550개로 늘리는 등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국내시장을 읽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면 올해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와인셀러는 물론 토스터ㆍ컴팩트오븐ㆍ바비큐그릴ㆍ커피메이커ㆍ전자레인지 등 주방가전 제품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공기청정기 등 실내용 가전제품 시장에도 조만간 진출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93년 ㈜한샘 제품개발 어시스턴트 매니저 시절 일렉트로룩스와 첫 인연을 맺었다. 박 사장은 “비싼 외국산 브랜드가 아닌 가장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생활가전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이미지를 굳히고 싶다”며 “일렉트로룩스는 고급시장을 스스로 창출해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갑정 사장의 경영철학과 스타일 '역할에 충실하는 인재' 중시 박갑정 사장은 평소 신중한 일처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둑기사 이창호처럼 상대방에게 묘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성을 갖춰 모양 나쁜 강수는 절대 두지 않는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박 사장의 이 같은 신중함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 확실히 드러난다. 박 사장은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하면서 일렉트로룩스코리아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놓고 심사숙고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학력만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은 인간 됨됨이를 가장 중시한다. 박 사장은 "(인간 됨됨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직원으로 절대 뽑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한번 뽑아놓은 직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를 표시하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박 사장은 "모든 일을 신중하게 결정하다 보니 주위에서 '일처리가 느리다'는 지적도 받는다"며 "그러나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웃어 보였다. 박 사장은 특출난 재능의 직원 한 명보다는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원을 더 선호한다. 박 사장은 "조직이 작아서만이 아니라 각자 맡은 역할에서 구멍을 내면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맡은 역할에 충실하는 인재가 조직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빈틈없는 일처리 때문에 일렉트로룩스 본사에서는 한국법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법인이 미국ㆍ유럽 지역을 제외한 세계 법인 중 매출 신장 1위를 기록하자, 본사에서 처음으로 탐방취재를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가족적인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박 사장의 수첩에는 직원들의 생일이 빼곡히 적혀 있다. 박 사장은 직원 생일날 일일이 카드를 보내면서 직접 챙긴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나 자신도 몰랐던 생일을 사장이 챙겨줘 엄청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며 "한 가족이라는 일체감과 애사심이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집안에서도 설거지는 물론 집안 청소를 도맡아 한다고 한다. 박 사장은 "집안일을 직접 하다 보니 주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다 보니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집안일에 대해서도 세세히 털어놓는 진솔함도 있다. 때문에 직원들은 박 사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더없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박갑정 사장 약력 ▦64년 경남 마산 출생 ▦마산 중앙고, 외대 독어교육학과 졸업 ▦91년 ㈜한샘 제품개발 어시스턴트 매니저 ▦96년 효성물산 마케팅 매니저 ▦99년 일렉트로룩스 한국지사 설립 ▦2002년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 입력시간 : 2006/07/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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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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