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묵직한' 서커스

加서커스 '네비아' 亞선 처음으로 내한공연<br>다양한 구성·주제 표출로 강한 메시지 담아


꿈에선 모든 게 가능하다. 돈, 명예, 지위 등 지켜야 할 것들이 허물어지며 고통이 사라지기도 한다. 신체적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죽음 역시 끝이 아니다. 무대에 안개가 드리워지면 꿈이 펼쳐진다. 중력이 허물어지며 상식은 허상이 된다. 현실의 고통은 꿈의 여과를 통해 희망으로 바뀐다. ‘퀴담(QUIDAM)’, ‘카(KA)’ 등 ‘태양의 서커스(서크 드 솔레이유)’ 시리즈와 더불어 캐나다 서커스의 한 축을 형성한 ‘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완결편 ‘네비아(Nebbia)’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어로 ‘안개’를 의미하는 ‘네비아’는 지난해 12월 스위스에서 초연한 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것.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묵직했다. 쉽고 가벼울 것이라는 ‘서커스’의 의미는 녹아 내렸고 공연은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공연의 진행은 이런 식이다.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서커스가 진지하게 극을 이끈 뒤 다음 장면에서는 예외 없이 말장난과 몸개그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탄성이 끝나면 웃음이 이어지고 폭소의 시간이 지난 뒤 환호가 흘러나왔다. 지나치게 진지하고 상징적인 서커스로 인해 자칫 몰입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면 간의 이음은 엉성해졌고 개연성은 떨어졌다. 하이라이트는 사람이 하늘 위로 갑자기 사라지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트램폴린 쇼와 하늘 위에서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1만 여개의 코르크 마개 설정. 연출을 맡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이다. 시간과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했던 그의 의도는 무대에서 그대로 표현됐다. 객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공연은 기술적 표현, 다채로운 구성과 주제 표출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상징성이 너무 강해 스토리텔링은 실종됐고 흥미진진한 서커스본래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점은 아쉽다. 20일까지.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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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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