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차는 경제논리로

정부는 지난달 30일 삼성그룹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사재출연을 발표하면서 그 전제로 삼성생명의 상장을 제시하자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의 지분 35%를 갖고 있는 대우그룹도 덩달아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특혜시비가 불거지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일정기간 유보쪽으로 급선회 했다. 내년 4월의 총선일정 등을 고려한다면 상장은 내년 하반기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결국 상장여부와 시기는 여론의 향배가 관건이다.이같은 상황하에서 초점은 부산공장의 정상화 문제다. 정부는 부산지역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단 채권단의 지원으로 공장을 조기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우에 자산-부채(P&A)방식으로 인수시키거나, 선(先)정상가동-후(後) 제3자 매각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대해 채권단이나 대우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차 해법이 정치논리에 의해 완전 변질돼 가고 있는 셈이다. 과잉설비 해소를 통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당초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사실 삼성차는 설립과정에서부터 공장부지 선정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논리가 개입, 말들이 많았다. 결국 좌초라는 최악의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은 여느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삼성차의 해법도 문제의 근본에 접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봉합을 통한 시간벌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이 짙다. 경제논리에 따른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이 실종돼 가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우선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고 따르지를 않는다.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할 때 그 정부는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삼성차의 처리문제는 당초 정부방침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순리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야 한다. 기아사태 당시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불러 온 한 원인(遠因)을 제공했다. 지역경제도 배려해야 하지만 국가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삼성차 처리는 결정이 늦으면 늦을 수록 제2의 기아사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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